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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북방 - 평일 점심 오마카세 + 맥파이 퀼시 + 코카콜라

食食 얌냠

by 눈뜨 2023. 1. 2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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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마카세는 일식집에서나 만나보는 단어였는데, 언제부턴가 고기에도 붙는 단어가 되었다. 우마카세나 돈마카세도 아는 사람은 이제 그리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그렇지만 순대 오마카세라니... 순대를 코스요리로 먹는다는 게 생경한데, 순대를 먹는 데에 인당 몇 만 원씩 들인다는 것도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음식에 지갑이 더 작게 열리기 마련이라... 그래도 신기하니 한번 먹어보자 싶긴 했고, 지난 가을 날 잡고 한번 찾아봤다.
 

 
마포구는 홍대랑 연남동도 있고, 망원동도 있고 해서 낯선 구는 아니지만 용강동은 상당히 새로웠다. 보통은 항상 가던 데만 가다 보니 여긴 또 완전 모르는 동네;;;

리북방이라는 식당 컨셉 자체가 순댓집답지 않지만, 위치하고 있는 건물의 외양이 순댓집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더더욱 아니라 근처에서 살짝 두리번대야 했다. 

리북방은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식당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고, 예약은 한 달 전부터 가능하다. 
캐치테이블에서 리북방 예약하기 ☞ https://app.catchtable.co.kr/ct/shop/leebukbang
원래 인기 있는 식당이었지만, 최근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손님이 더 많아진 모양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개인적으로 평일 점심 추천! 저녁에 추가 메뉴가 있긴 하지만, 점심 구성도 충분히 괜찮다.

식당 입장은 예약 10분 전부터 가능.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내리면 바로 식당 입장이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해를 거듭하여 실리고, 2023년 블루리본도 미리 받아 둔 리북방. 양식 요리사가 차린 순댓집이란 게 다시 생각해도 특이하다. 확실히 한식만 해서 나올 법한 접근법은 아닌 듯 ㅎㅎ

리북방의 취식 공간은 이렇게 바 자리들이다. 공지사항을 보니 유선상 룸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 같긴 했는데, 어디에 있는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안쪽?

앞에서 두리번 대느라 살짝 느지막이 올라온 덕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가장자리 자리를 안내받았다.

저기 안 쪽에 주방 공간이 더 있는 듯했고, 보이는 곳에 가마솥이라든가, 나올 음식을 준비하는 조리대가 있었다.

여기에 새로 나온 음식을 올려주시면 앞접시로 가져와서 먹는 시스템. 나무의 결을 살린 테이블이 식당 분위기와 잘 어울리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 평평하진 않아서 그릇이나 컵을 올려놓으면 좀 덜컹거리는 게 불안하긴 했다. 앞으로 내려다가 앞접시에 놓고 먹는 거라 먹는 동안은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리북방에 오면 누구나 한 번은 찍는 듯한 순대 접시 미니어처. 진짜 작다.

리북방은 주류 정책이 있는데, 점심 때는 1인 1음료, 저녁이랑 주말엔 주류 주문이 필수다. 맥주류와 음료류는 1인 1주문이 필수고, 와인이나 전통주는 2인 1병이 필수란다. 평일 점심에 방문해야 논알콜 가능. 

맥파이 퀼시 10,000원
술값이 저렴한 편은 아닌데, 개중 가성비가 나쁘지 않아 골랐던 맥파이 쾰시. 맥주를 즐기지 않지만, 향과 맛이 진할수록 더더욱 취향이 아니라 난 별로. 그치만 순대랑 먹는다면 깔끔한 라거보단 이 편이 어울릴 것 같긴 하다. 메뉴 특성상 레드와인과 잘 어울릴 것 같긴 하다만 주류 가격이 좋은 편은 아니고, 콜키지도 35,000원이나 해서... 다음에 온다면 전통주를 병으로 시켜 먹지 싶다.

코카콜라 4,000원 

이번 음료는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코카콜라. 콜콜콜~

평일 점심 오마카세 49,000원. 2023년 2월 1일부터는 런치는 49,800원, 디너는 69,800원으로 각 800원씩 인상된다고 한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설명과 함께 조명 아래 접시를 내어주시는데, 포토타임도 살뜰하게 챙겨주신다.

드디어 코스 시작.

가장 처음 나온 접시는원산잡채.
오미자가 들어간 청포묵에 전복과 캐비어를 올리고, 마지막에 오미자워터를 쪼르륵 부어 낸 애피타이저.

해초를 곁들여 꼬독꼬독한 식감을 더했다. 이렇게 새콤한 걸 주지 않아도 제 식욕은 충분합니다만 ㅋ

두 번째 접시는현편육.
와인을 사용해 숙성시켰다는 편육 위에 최고급 명란을 올리고, 루꼴라 무침을 곁들였다. 편육은 고기 함량이 높고 단단한 식감이 나는 걸 좋아하는데, 리북방의 편육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을 듯.

세 번째 접시부터는 순대가 올라왔다. 이 날 식사에 제공된 순대들. 

먼저 양념을 올려주시는데, 왼쪽부터 씨앗쌈장, 육젓, 까막 된장, 말돈 소금, 총 네 가지다. 

순대 중 첫 번째는야채피순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순대의 모습이고, 어울리는 양념은 새우젓과 소금이라고 하셨다.

첫 입은 소금. 부드러우면서도 야채의 아삭 거림이 조화로운 순대였다.

추천하신 대로 육젓도 곁들여봤다. 선지가 들어간 순대다 보니 살짝은 터프한 구석이 있어서 새우젓과도 잘 어울렸다.

두 번째 순대 커팅 중.

백순대.순한 맛과 식감의 순대라 그런지 가장 추천하는 양념은 소금이었다. 

선지 대신 계란으로 농도를 잡아서 순대와는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선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설명으로만 들었을 땐 백순대가 가장 마음에 들 줄 알았는데, 밋밋한 게 영 애매했다. 

명태식해.
순대를 먹는 동안 따로 김치를 주시진 않는데, 대신 명태식해를 조금 주신다. 추가는 추가금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김치류도 별로 즐기지 않고, 신 것도 싫어하는 난 맛만 보는 걸로도 차고 넘침.

아바이 순대. 선지, 지방, 찹쌀이 잔뜩 들어간 커다란 순대로, 까막 된장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순대다운 모습의 순대였는데, 가장 마음에 든 건 야채피순대였고, 아바이순대, 백순대 순이었다.

오리순대. 지금까지 나왔던 순대들은 쪄서만 나왔는데, 이건 토치질을 거친 뒤 접시에 올랐다. 오리순대는 오리고기와 돼지고기에 파슬리, 타임, 오레가노, 바질 등 향신료를 넣어 속을 채웠는데, 덕분에 순대라기보다는 소시지에 가까운 음식이다.

오리순대에 어울리는 양념은 씨앗쌈장. 기름진 소시지의 느낌이라 캐슈넛 등이 들어가 고소하고 달큼한 씨앗쌈장과 잘 어울렸다. 순대가 아닌 듯싶었지만, 이날 먹은 순대 중 가장 취향은 오리순대였다. 물론 돼지고기로만 만들었으면 더 좋아했을 것 같긴 하다만... 이럴 거면 순대보다 소시지가 좋다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ㅋ

양순대. 함께 곁들여 나온 건 쯔란소스와 참나물치미추리, 오이고추 피클.

향신료들이나 소스도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감춰지지 않는 양고기 육향이 내겐 다소 버거웠다.

식사메뉴인국밥. 군더더기 없이 말갛게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반찬은수육. 양배추와 무말랭이가 함께 제공된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국밥의 훌륭한 반찬이었다.

식사를 하는 사이 후식 타임이 부지런히 다가오고 있었다.

노오란 주전자에서 대추차가 나오는 낯선 관경.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잘 어울리는 게 이 식당과 닮았다.

후식인양갱아이스홍시,대추차. 마무리는 아는 맛.
 
인당 5만 원을 주고 순대를 먹고 왔다고 하면 고개를 저을 사람이 많겠지만, 한식이라 평가절하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양식과 비교해 봤을 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겠다 싶다. 순대보다는 소시지나 고기를 좋아하지만, 한 자리에서 다양한 순대를 설명을 곁들여 그럴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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