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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옥탑방고양이

文化 우와

by 눈뜨 2021. 3. 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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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뭘 그리 하고 싶어 하는 편은 아닌데, 연극은 가끔씩 보고 싶단 생각이 들고는 한다. 재작년 겨울엔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지 못해서 작년 초에 '뭐라도 하나 봐야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코로나 19가 창궐하고 말았다. 결국 작년엔 단 한 편의 공연도 보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내 버렸다. 

1년 반만에 연극 관람을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 이번에 보기로 한 연극은 옥탑방 고양이. 동명의 드라마가 있었던 터라 처음 이 연극을 알게 됐을 땐 '다 아는 내용을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안 봤었는데, 위키 검색을 해 보니 드라마와 원작 및 연극의 내용엔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커다란 설정 외엔 가물가물해서 이제 봐도 되겠다 싶었다. 찾아보니 마침 비씨카드에서 만원의 행복 행사 중인 공연이라 수수료까지 해서 2만 2천 원에 2매 예매 완료. 틴틴홀이라고 해서 지도 앱에 찍고 찾아갔는데, 전용관인지 아예 간판으로 "옥탑방 고양이"를 박아 놨더라.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상당한 연륜이 느껴지는 외양이었다.

매표소 창구 옆으로 해당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 사진이 붙어 있었다.  2021년 2월 28일 일요일 오후 2시 공연에는 남정은 역의 최명지, 이경민 역의 유성래, 겨양이 역의 김채율, 뭉치 역의 최종민 배우가 출연했다. 각 팀별로 이름이 있는지, 내가 본 팀 이름은 불나방이라고 ㅎㅎ 젊은이들인데 네이밍이 다소 올드한 느낌 ㅋ

캐스팅 정보 아래엔 좌석배치표도 있었는데, 워낙 후딱 교환하고 자리를 떠서 있는 줄도 몰랐다.

부랴부랴 티켓과 문진표 수령. 비지정석으로 예매가 되고, 공연 1시간 전부터 티켓교환이 가능해서 나름 시간을 맞춰서 표를 교환했다. 티켓을 받은 시간은 정확히 1시 10분 40초였구나. 제법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놀랐고, 비워야 해서 비워둔 자리를 제외하곤 거의 만석인 객석을 보고 두 번 놀랐다.

연극 표 오랜만~!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문진표였다.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경우 공연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고. 그냥 쓰란 얘긴 듯.

매표소 옆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문진표를 작성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데, 입장 시간엔 사람이 몰려 붐비니까 미리 적어 두는 게 좋다. 오른쪽 구석에 우리 공연에 나오는 배우들 얼굴이 있었구나.

옥탑방 고양이 공연장은 지하.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입장하고, 체온 측정 후 문진표와 티켓을 확인한 뒤 공연장으로 들어간다. 음식물 반입은 금지라 만약에 음식물을 가지고 있는 경우 따로 맡아 주시더라.

좌석배치표인 줄 알고 찍었는데, 피난안내도였구나. 여튼 우리 자린 화살표 표시한 저기였다. A열이라 맨 앞자린 줄 알았는데, 오른쪽 덩어리가 A열.

좌석 간격이 좁아서 불편하긴 했지만, 맨 앞줄보다는 두번째줄이 앉아서 보는 각도가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오른쪽에 방 세트가 있어서 공연을 보기에 제법 괜찮은 자리였다.

옥탑방 고양이는 제목대로 옥탑방과 고양이가 등장한다. 배경이 옥탑방이고, 거기에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젊은 남녀의 이야기이며, 고양이 역의 두 배우가 멀티맨을 담당한다. 주요 캐릭터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상경한 여주인공 남정은, 좋은 집을 짓고 싶어 하는 건축학도 남주인공 이경민, 굴곡진 세월을 살아온 차가운 도시의 까칠한 암고양이 겨양이, 어리숙한 순정파 수고양이 뭉치, 이렇게 넷이고, 겨양이와 뭉치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주인집 부부와 여주인공 부모, 각 주인공 친구(?) 역할을 소화한다. 

리뷰를 작성하면서 유튜브 검색을 하니 가장 먼저 나온 영상이었는데, 극의 내용이 거의 다 나오는 게 아닌가?! 좀 당황스러웠다. 본 거 또 보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미리 보지 않아서 천만다행. 사투리 네이티브 스피커는 아니지만 리스너는 돼 놔서, 영상에 나오는 여주인공 사투리는 좀 어색한 것 같다. 공연을 볼 땐 여주인공 역할의 배우가 작고 예쁘게 생겼다고만 생각했지 딱히 사투리를 잘한다는 인식은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던 걸 보면 잘했던 모양이다. 뭉치 역할을 했던 배우도 훨씬 익살스러웠고, 열쇠 흔들 때 고양이들의 연기도 훨씬 혼신의 ㅋㅋ 내가 본 배우들이라 애착이 생긴 건지, 현장감 때문이었는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봤던 공연이 만족도가 높았다.

포스터에 "10년 연속 예매율 1위" 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었다. 인기가 있단 얘기도 되지만, 그만큼 오래됐다는 소리이기도 한 셈. 재작년에 "빨래"를 봤는데, 초연 당시에 봤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극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었고, 신파적인 요소가 강한 게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옥탑방 고양이"도 뭔가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어 끼워 넣었다 싶은 요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빠른 전개로 이끌어 가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좀 더 담백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충분히 고루하지 않고 톡톡 튀는 청량한 느낌이었고,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커튼콜은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순식간에 인사만 하고 끝나 버려서 촬영은 할 수가 없었다. 100분 짜리 공연인데 다음 공연이 바로 4시에 있는 탓에 그랬던 걸까? 전용관인 것 같은데, 왜 이리도 타임 테이블을 빡빡하게 짜 놨는지 의문이다. 

어쨌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예매했던 건데, 기대 이상이라 흡족하다. 덕분에 오랜만의 소극장 나들이를 뿌듯하게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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