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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 SOUL

文化 우와

by 눈뜨 2021. 1.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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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군이 고대하던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에 개봉 2일 차에 극장을 방문했다.

거대 전광판, 오랜만~! 돼지군은 메가박스를, 특히 코엑스에 있는 메가박스를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여기도 크고작은 변화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특히 많이 바뀌는 중인 것 같았다. 언제 없어진 건지, 샌드위치 집도, 햄버거집도 사라져 있었다. 뭐가 들어오려나?

계단 아래에 달리 행사 부스도 없고, 미끄럼틀도 없어져서 커다란 광장 느낌이 나더라. 이렇게 계단 여기저기 앉아있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지극히 익숙한 관경이었는데, 지금은 신기해 보였다.

오늘 보기로 한 영화는 소울.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작년에 짧게 본 예고편이 전부라서 이걸 찍을 때까지만 해도 소울 22가 뭔지 전혀 몰랐다. 뭔가 물방울 같기도 하고, 유령 같기도 한 모양인데, 솔직히 그렇게 예쁘거나 호감형은 아니다 싶었다. 콤보를 사면 저기에 팝콘을 담아주지는 않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콤보를 주고, 비닐에 담긴 저 통을 따로 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코엑스라도 개봉 이틀차에 못 받을 줄은 몰랐는데, 소울 오리지널 티켓은 모두 소진되었다고...

돼지군은 퍽 낙심하였고, 쿠폰을 털어 포토카드를 만들어 아쉬움을 달랬다.

돼지군은 영어 제목이 들어간 포스터, 나는 한글이 빼곡한 포스터로 포토카드를 만들었다. 배경에 제리랑 테리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지만, 뭔가 정신없는 게 마음에 든다.

우리가 영화를 본 상영관은 2관.

코로나 덕에 좌석을 하나씩 띄어서 앉는데, 덕분에 앞 사람 머리에 스크린이 가릴 일은 없다. 발열 체크를 하고, QR체크인을 한 뒤 입장한다. 전에 돌비관에서 영화를 봤을 땐 마스크도 하나씩 나눠줬었는데, 이번엔 그러진 않더라. 참고로 소울은 까만 바탕이나 좀 형이상학적인 상상의 공간을 표현한 장면들이 더러 있어서 돌비관에서 보면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돼지군이 부지런을 떤 덕에 가운데 좋은 자리 겟! 한눈에 스크린이 들어오는 정가운데 자리였다. 개인적으로 기왕 극장에 갔으면 꽉 차게 보는 걸 좋아해서 보통 이 즈음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다. E열부터 굿굿 bb

일단 별점은 4점. 왓챠 왈 "웬만해서는 호평을 하지 않는 매서운 독수리파"인 내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얻은 셈이다. 픽사가 3D애니메이션 맛집인 건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망을 주지 않는 게 픽사 애니메이션이 대단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일단 따뜻한 힐링 영화고, 요즘 같은 시기에 더욱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유의 상상력과 그를 눈 앞에 펼쳐 보이는 구현력이 감탄스러운데, 기술적인 면에선 어쩐지 무섭기까지 했다. 외국인이 주인공이기 때문인지 캐릭터들이 더욱 진짜 사람과 흡사해 보였고, 이렇게 가다가는 실제로 3D 캐릭터를 사람처럼 쓰는 날이 올 것도 같다는 게 조금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소울"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조 가드너와 아직 탄생 이전인 수많은 새로운 영혼 중 하나인 22를 따라가며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나는 어린 시절 꿈이 없는 게, 되고 싶은 게 없는 게 참 큰 스트레스였다. 친구들은 저마다 뭐가 좋다, 뭐가 되고 싶다, 눈을 반짝이며 와글와글 해댔는데, 그게 퍽 부러웠던 것 같다. 실제로 잘하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뭔가가 있기만 해도 좋겠단 생각을 많이 했었고,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10대 시절엔 내내 장래희망이나 꿈을 정하라 닦달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더욱 쫓기듯 앞으로 무얼 하면서 살아갈지 정하라 한다. 하지만 20년 동안 못 정한 걸 몇 년 만에 딱 정할 수 있을 리 없었고, 그냥 주어진 상황대로 살아냈던 것 같다. 나름 열심히는 했지만 치열하진 못했고, 그게 꼭 하고 싶은지도 몰랐지만, 하다 보니 그리 안 맞지 않았고, 결국엔 너무 싫고 못하겠는 걸 가지치기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대부분의 것들을 너무 좋아하진 않는다. 좋아하는 것보단 그냥 그런 게 많고, 그보다 싫어하는 게 많지만 그럭저럭 잘 참아 넘기는 편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엔 훨씬 무뚝뚝했던 것 같다. 얌전하고 잘 참는 아이로 길러지기도 했지만, 그게 그렇게 성격에 안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세상만사 관심 많고, 좋은 것도, 아쉬운 것도 많은 돼지군을 만났다. 하면 안 되고, 무용하다 배웠던 것들이 실은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좀 더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그렇게 뭘 향해 달리기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줬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고쳐 쓰는 것도 아니라지만, 또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사람이라... 덕분에 마지막 불꽃을 찾은 것처럼, 좀 더 잘 웃고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싫어하는 게 더 많고, 지금도 눈을 반짝이며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상황에 적당히 만족한다. 종종 즐겁고, 문득 행복하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 '내가 유별난가?' 싶었는데,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것 같다.

덧. 자연스러운 한국어와 한글간판에 깜짝 깜짝 놀랐고, 이 날의 저녁은 만두와의 경합 끝에 피자로 낙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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