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장마와 거듭된 태풍이 이어진 덕에, 언젠가 어디선가 본 사진과 달리 온통 흙탕물 색을 자랑하던 남한강
물 색이 아쉬웠지만, 너무 오랜만인 파란 하늘이 반가웠고, 그래서 때를 놓쳐 못 타게 된 짚라인이 아쉽기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도 많던지...
전날 밤 11시가 넘어서 가까스로 8시에 패러글라이딩 자리가 났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랐다. 주차장이 애매하게 표시되어 있어서 출발하는 데 옆까지 차를 타고 올라갔더니 웬 아저씨가 차 빼라고 어찌나 역정을 내던지... 부디 저 아저씨가 하는 덴 아니길 바랬는데, 다행히 파일럿 분들 중 그 아저씬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페 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 좌회전. 어제랑은 다르게 구름이 잔뜩 껴서 아쉬웠는데, 막상 패러글라이딩을 할 땐 하늘보단 땅을 주로 보게 되더라. 오히려 구름이 껴서 덜 더웠다.
다 타고나서 카페에서 쉴 땐 다시 어제처럼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패러글라이딩 한 티켓을 보여주면 옆에 있는 도깨비 카페에서 할인을 살짝 해주는데, 분위기도 괜찮고, 뭣보다 풍광이 끝내준다. 멍 때리기 딱 좋았다.
한 건물에 패러글라이딩 업체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청춘패러.
청춘패러 바로가기 ☞ http://www.youngpara.com/
사무실 안에는 테이블이 있고, 여기서 체험 동의서 작성 및 안전교육이 진행된다.
청춘패러 사무실 출입구 위에는 일반, 커플, 익스트림, 스페셜, VIP 코스와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테이블에도 요금표가 있었는데, 여기 있는 거 말고 영상 포함하고 익스트림(스릴)이 약간 가미된 9만 몇 천 원짜리 청춘 코스가 있단다. 어차피 영상은 할 생각이었어서 그걸로 하기로 했고, 현금가로 9만 원에 해주시기로 했다. ( ' ~ ` ) 현금을 챙겨 와서 다행이야
패러글라이딩이 처음이니 당연히 2인승 패러글라이딩. "파일럿 말 잘 들으세요"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설명과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체험 동의서에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을 기재하고
출발할 때 멈추지 말고 잘 달려주세요, 착륙할 때 발을 들어주세요 등의 내용의 안전 동영상을 시청한 뒤, 사무실을 나섰다.
비행기 탑승권과 비슷한 디자인의 단양청춘패러글라이딩 탑승권. 어썸 패러글라이딩 보딩 패스래 ㅋㅋ
사무실 맞은편 컨테이너에서 비행복(?)으로 환복 후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된다. 신발이 운동화가 아닌 경우, 신발 대여도 가능.
위아래 하나로 된 점프슈트. 입고 있는 옷 위에 입으면 되더라. 마침 다른 사람들 없을 때 사진을 찍는 바람에 뱀처럼 벗어두고 도망 나온 것 같지만 사용한 옷은 잘 정리해두고 나왔다. 여러 업체가 공유하는 공간이라 비행이 계속되는 중엔 잘 비지 않더라. 우리가 옷을 정리할 즈음에도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출발장. 캠핑 와서 짐 내려놓은 것 같은 모양.
파일럿 분들이 각 이름을 불렀고, 내 이름을 불러 주시는 분께 쪼르륵 달려가면 장갑과 무릎보호대를 비롯한 장비 착용을 도와주신다. 좀 뻘쭘하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됨.
특히 중요한 건 출발할 때 계속 달려야 한다고. 중간에 멈춰버리면 다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모양이다. 공기 저항이 세서 엄청 열심히 달려도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무섭거나 하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영상을 책임지는 건 고프로. 막대기가 나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광각에 초점도 적당히 다 맞으니까 가장 간편하고 적합한 장비긴 한 것 같다. 착륙장에서 트럭을 타고 출발장소로 이동하면서 각자 핸드폰에 영상을 담아 주신다. 금방 확인할 수 있어 좋긴 했는데, 원본은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 시간 설정이 안 맞았는데, 그래도 다행히 날짜는 같은 날이긴 했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명은 처음부터 렌즈에 물이 묻어있었는지 영상이 온통 뿌옇게 찍혔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상당히 아쉬웠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처음에 렌즈를 한번 확인하든 닦든 하고 시작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그 상황에 챙기기가 쉽진 않겠지만...;;;
영상 편집까지 하면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gif 몇 개를 만들어 봤다. 하고 보니, 그냥 영상 편집을 하는 거랑 크게 달랐을까 싶긴 한데, 이번엔 이미 이렇게 했으니 이렇게 하는 걸로. 글씨체 탓인지 이거 보면 청춘패러 광고 같다고 ㅎㅎ 소위 말하는 내돈내산 ㅋ 진짜 앞만 보고 달리고 달려 이륙 성공. 이거 혼자 하려면 뛰다 힘 다 빼서 날 수 있으려나?
날아서 본 모습은 역시 좋았다. 물만 좀 물다운 색이었음 완벽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엉덩이를 쑥 넣어 앉으면 된다 하셨는데, 진짜 의자에 앉아 시야 좋게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조종하는 게 아니라 그런지,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그냥 풍경이 좋았고, 굉장히 평화로웠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시다 팔다리를 쭉 뻗어보라 하신 덕에 탄생한 짜리 몽땅 샷. 이거 익스트림(스릴)할 때 하면 대박이었을텐데, 그땐 고프로를 들고 있어야 해서 손을 들 수가 없었다. 길어서 그런지, 한 손으로 들기엔 다소 버겁더라. 막대기에 끈이 연결되어 있으니 떨어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놓치긴 싫어서 잠깐 한 손으로 들었다가 두 손으로 들었다.
예~ (/^0^)/
롤러코스터 좋아하는지, 신나면 신나는 척해야 한다며, 무서운데 신나는 척하면 계속할 수 있다며 주의를 주셨는데, 전 놀이기구 잘 탑니다용. 덕분에 진짜 오랜만에 놀이기구 타는 기분을 느꼈다. 풍경 구경도 좋지만, 역시 난 이게 더 재밌어. 반응이 마음에 드셨는지 일행 중 가장 오래 곡예비행을 즐겼는데, 영상으로 보니 파일럿님이 힘들어 보이시더라. 기분 탓이겠지? ^^a
끝까지 말잘듣 비행 종료.
일행들과 트럭을 타고 출발 장소로 복귀. 이제 옷 갈아입는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처음엔 그냥 기념사진을 찍어 주신 다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는데, 장인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하시는 게 아닌가? 몇 장 기념으로 찍고 마는 줄 알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해가 뜨면서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더 좋아져서 한 겹 더한 옷이 무겁게 느껴졌는데, 다양한 점프샷과 버팀샷, 각종 설정샷을 진두지휘하시는 통에 체력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비행시간 몇 배의 시간을 들여 평소와는 다른 다양한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다. 요즘은 인증샷도 중요하니까, 이것만 해도 꿀잼일 수 있겠다. 근데 힘들어. 역시 남이 찍어주는 사진은 어색하다.
단체 샷은 실컷 찍었으니 독사진도 살짝. 옷 위에 옷을 입어 그런지 뭔가 어정쩡하다. 특히 뒤태가 별로야. 이제 와선 옷 갈아입고도 찍어볼걸 그랬다 싶은데, 저 땐 저게 최선이었다. 옷 갈아입곤 당장 카페에 들어가야만 했어.
어딘가 구석에 빗자루 두 개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빗자루가 있음 이런 걸 해주는 게 예의지. 근데 단체사진 찍느라 체력 소모가 심해서 개별촬영을 짧게 마무리해야 했다.
덕분에 잘 날았다. 혼자서 할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너무 위험하겠지? 물보단 하늘이 취향인 것 같다.
포기했었지만 결국 만들고 만 패러글라이딩 동영상 보기 ☞ youtu.be/Am07GON1gEk
조각조각 끊어서 편집할 정성까진 없어서 16배속을 한 덕에 초반 달릴 땐 상당히 정신없는 움직임 연출. 뜨고 난 뒤엔 8배속도 늘어지는 느낌이라 어쩔 수 없었다. 물 맑고, 날씨 맑은 언젠가 또 해보길 바라며... 이번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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