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역 근처에 위치한 젤라또 맛집 젠제로.
모든 젤라또집이 그런진 모르겠지만, 소위 유명하다는 젤라또집들은 아이스크림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것 같다. 젠제로도 그런 집 중 하나. 그래서 메뉴도 항상 같진 않은 듯했다.
강남구청역은 자주 가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마침 근처에 있다기에 들러봤는데, 매장 안에서 먹으려면 1인 1 주문을 해야 한단다. 그래서 혹시 가게 앞 의자에 앉아서 먹는 건 괜찮은지 여쭤보니 그건 상관없다고 하시기에 하나만 사서 나눠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메뉴들이 낯선 게 많아서 평소보다 오래 고민한 끝에 아이스크림 선정 완료.
1인용 젤라또 GELATO for 1 person cup (up to 2 flavors) - 제주 목초우유 grass-fed milk + 밤꿀과 고르곤졸라 miele e gorgonzola, 당시 6,000원, 현재 7,000원
전적으로 내 기준이지만 외진 입지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젤라또집이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첫인상은 별 거 없다는 느낌이었다. '맛이 없진 않지만, 굳이 이걸 먹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가 있나?'가 솔직한 감상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근처에 간 일이 있어 들러 본 젠제로.
이번엔 1인 1젤라또를 하기로 해서 당당히 매장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6컵씩이나 포장해서 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아이스크림만 몇 만 원어치를 사가는 거야? (((O_O)))
역시나 메뉴가 살짝 바뀌어 있었다. 메인이 되는 재료가 메뉴의 이름인데, 단박에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있었다. 그건 바로 방아. 아니, 방아가 여기서 왜 나와 ㅋㅋ 방아를 좋아하는데, 서울 경기권에서는 방아를 먹기가 쉽지 않다. 어릴 적 시골에선 매운탕에 꼭 들어가는 향신채였는데, 수도권에선 방아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전 부쳐 먹어도 맛있는데... 그나저나 그 방아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니... 뭘 좀처럼 궁금해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건 흥미가 생겼다.
오늘의 아이스크림 두 컵. 이렇게 해서 만오천 원이니 비싸긴 하다. 이 값이면 투게더가 몇 통이다냐? 이런 생각하면 못 먹겠지? (=ㅅ=)
젤라또 cup (2 flavors) - 밤꿀과 고르곤졸라 miele e gorgonzola + 스트라차텔라 (우유, 다크 초코칩) stracciatella 7,000원, 버터 butter + 방아 bang ah 8,000원
쿰쿰 찝찔한 고르곤졸라 젤라또 위에 밤꿀을 얹었는데, 씁쓸한 밤꿀보다는 아카시아처럼 향긋하고 상큼한 꿀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스트라차텔라는 우유 젤라또에 다크 초코칩이 까득까득 씹히는 잘 만든 초코칩 아이스크림이었다. 버터는 버터였고, 확실히 임팩트가 있는 건 방아였다. 방아는 깻잎처럼 향이 강한 잎채소다. 아까 잠깐 얘기한 것처럼 맛이 강한 매운탕 속에서도 존재감 뿜뿜. 약간 달큼한 뉘앙스도 있는데, 그 점이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기에도 적절했던 것 같았다. 방아를 이렇게까지 잘 구현하다니... 앞으로 기회가 되면 한 번씩 들러서 색다른 메뉴들에 도전해 봐야겠단 생각이 든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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