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으로 향하는 길. 애매하게 시간이 떴고, 더위를 피해 잠시 쉴 곳이 필요하던 중 눈에 띈 넨네(ネンネ).
캐슬프라하가 있던 곳 옆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본식 술집이었다.
이 건물 좌측 하단.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느낌.
1인 1 음료 주문 필수고, 음식은 원하는 대로. 애매하게 뜨는 시간을 보내기엔 제격이다 싶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쪽으로 앉는 자리가 있긴 했지만 이미 손님들이 앉아있었고, 뭘 서서 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바깥쪽에 놓인 의자에 앉기로 했다. 가게 입구 근처에 벽걸이형 에어컨이 있고, 바깥으로 비닐 문을 덧대서 아주 시원하진 않아도 그리 덥지도 않았다. 그래도 더 더워지면 안쪽 자리가 나을 것 같긴 하다만 아직은 괜찮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뽀르께노에 가서 이것저것이랑 와인 한 병 정도 마실 생각이라 최대한 간단하게 주문했다. 가게 원칙을 존중해서 술 한 잔씩 하고, 간단한 안주로 사라다 하나랑 야끼소바빵 하나.
맥스생 4,500원, 진저하이볼 6,500원
더위에 지쳐가는 중이라 시원하기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상황. 진저하이볼은 탈리스만 위스키와 캐나다드라이를 섞어 만든 거였는데, 무난하게 괜찮았다.
불 근처라 열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내 야끼소바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수 있었다.
가게 규모도 그렇고, 음식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는데, 사장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영상 만드는 거 귀찮아서 어지간하면 안 하는데, 이건 사진으로는 도저히 대신할 수 없어서 하나 살짝 만들어봤다. 다다다다다다닥. 대박 ㅋㅋ
저녁 시간을 기다리는 소소한 주안상.
오이시(오이사라다) 4,000원
오이에 현란하게 칼집을 넣고 소스를 끼얹은 오이사라다. 소스는 간장마요 느낌이었다.
한국답게 집게와 가위를 동반한 야끼소바빵. 이건 칼로 자르기 확실히 불편할 것 같긴 하다. 외국이면 1인 1 빵 해야겠구먼.
야끼소바빵 6,500원
겉을 따끈하게 살짝 구운 쿠페빵에 앞서 본 것처럼 열심히 볶아낸 야끼소바를 적당히 담아냈다.
야끼소바빵을 좋아해서 보이면 먹어보는 편인데, 보통 빵집에서 미리 만들어 둔 걸 집어서 사다 먹다 보니 내가 데우지 않았는데 온기가 느껴지는 야끼소바빵은 처음이다. 야끼소바에 들어가는 재료가 참 단출하다 싶었는데, 딱 적당했다. 이제껏 먹은 야끼소바빵 중 최고. 👍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정말 충동 방문이었는데, 이렇게 마음에 들어버리면... 기분이 완전 좋지. 😃 다음에 가면 더 이것저것 잔뜩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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