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메카 강남대로. 세가 비쌀 텐데도 미국의 햄버거 체인들이 국내 1호점을 꽂아 놓는 그 구역에 또다시 새로운 버거집이 하나 들어섰다.
이번 타자는 파이브가이즈. 원랜 다른 지역에 생긴단 얘기가 있었다는데, 결국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
쉐이크쉑 버거와 슈퍼두퍼 국내 1호점도 여전히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쉐이크쉑 처음 들어왔을 때 줄 어마어마하게 섰었는데...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햄버거답게 기름지고 육덕진 스타일이라고 해서 예전부터 찾아가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게 강남역이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방문한 날은 오픈 3일 차. 첫날은 대기 등록 시스템이 없어서 오픈하기 한참 전부터 줄을 서야 했다고 하던데, 이튿날부터는 테이블링으로 대기 인원을 관리한 덕에 오랜시간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진 않아도 됐다. 언제부터 기계를 꺼내놓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도착한 9시 50분 무렵에 이미 백팀이 넘게 대기 중이었다. 영업시작까지 1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148명도 아니고 148팀이라니... 평일도 이 정돈데, 주말엔 좀 힘들긴 하겠다. 보통 테이블링을 쓰는 식당에선 입장 순서가 됐을 때 해당하는 순서의 한 팀씩만 부르는데, 파이브가이즈는 여러 팀을 한꺼번에 호출해서 오는 순서대로 매장 앞에 줄을 세운다. 11시 오픈해서 우리 순서 앞 손님들을 소화하고 우리를 부르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이 아담한 생수 하나와 네모난 파이브가이즈 플라스틱 부채를 나눠줬다.
그리고 파이브가이즈 코리아 공식계정 팔로우를 인증하면 커다란 파이브가이즈 레터링 스티커를 준다. 크기가 너무 커서 쓸모가 애매할 것 같아 스티커는 스킵.
가게 밖에서 기다리다가 입장 안내를 받고 들어와서도 꼬불꼬불 줄을 선다. 호출받고 가게 앞에 와서부터 주문하는 데까지 20여분 정도가 걸렸나보다. 대기 등록한 시간부터는 3시간이 걸린 셈. 근처 카페에서 놀다 와서 몰랐는데, 이렇게 정리하니 엄청 오래 기다린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와 줄이 시작되는 곳에는 인당 메인메뉴 3개 제한을 알리는 안내문구가 세워져 있었고, 그 옆으로 땅콩이 잔뜩 든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그 유명한 파이브가이즈 땅콩. 파이브가이즈는 땅콩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이 유명하다는데, 그걸 어필하려는 의도인지 땅콩을 무료로 제공한다. 무슨 상관인진 모르겠지만, 심심하니 집어와 먹어봤다. 껍데기 채로 있는데, 신기하게도 짭짤하다. 땅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에 잘 안 먹는데, 이 땅콩은 쩐내 없이 신선해서 제법 많이 집어먹었다. 이 집 땅콩 잘하네 ㅋㅋ 출입구 앞에 쌓여있어서 갈빗집 아이스크림처럼 나가면서 하나씩 들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안내문 왈 매장 안에서만 먹으란다. 땅콩을 까먹으면서 "이 날 먹은 것 중에 이게 제일 맛있다고 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눴는데, 거의 맞았다. 여기서 먹은 음식 중 다른 데서 먹어 본 같은 음식과 비교했을 때 인상적으로 괜찮았다고 주저없이 말할만한 건 이 땅콩이었다.
옆에 쌓여있는 포대는 감자였다. 전라도 보성에 위치한 농장에서 공수한 감자들. 햄버거보다는 감자튀김에 더 힘을 준 느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보라며 메뉴가 적힌 종이를 하나씩 나눠주셨다. 햄버거집이니 버거 하나 먹고, 자랑 잔뜩 하니까 감튀도 하나 먹고, 나머지 하나는 핫도그를 먹어보기로 했다. 샌드위치는 버거랑 겹칠 것 같으니까... 버거와 핫도그는 종류가 크게 다르다기보다는 재료가 하나씩 추가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단에서 원하는 토핑을 추가금 없이 추가할 수 있다. 즉, 토핑을 고르지 않으면 빵에 패티만 먹을 수도 있다 말씀. 결론적으로 난 다음에 간다면 그렇게 먹어볼까 싶기도 하다.
주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새빨간 드레스코드의 직원들.
빨간 모자에 빨간 티셔츠,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니, 마리오가 잔뜩 있는 것 같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산타마을의 크리스마스 요정들 같기도 하고 ㅎㅎ
픽업 공간 너머로 조리대가 길게 보이는데, 조명이 밝게 떨어져서 푸드쇼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한가득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데도 음식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 패스트푸드 치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드는 인상이었다. 메뉴 주문할 때 할라피뇨가 피클이 아니라기에 궁금해서 추가해 봤는데, 착오가 있었는지 빠졌더라. 너무 바빠 보여서 이번엔 그냥 기본으로 먹기로 했다. 그래서 난 저 파릇파릇한 할라피뇨는 먹어보지 못했다.
푸드쇼의 마무리는 기념촬영 (oㅅo)v 그 바쁜 와중에 어떻게 이렇게 포즈를 취해주실 수가 있는 거지? 난 못해 ㅋㅋ
1층에도 자리가 있긴 했지만, 번잡스러워서 2층으로 올라왔다. 테이블 간격이 그리 좁지 않았고, 대기등록으로 인원을 조절해서 햄버거집 치고 그리 복닥거리지 않는 상황에서 쾌적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진상 가장 앞에 물병이랑 부채가 놓인 게 우리 자리.
DRINKS 탄산음료 3,900원
무한 리필이 가능한 탄산음료. 1층은 물론 2층에도 디스펜서가 있어서 좋았다. 코카콜라랑 스프라이트는 일반이랑 제로가 있었고, 환타 파인애플, 포도, 오렌지맛이 있었다. 찔끔찔끔 다른 것도 마셔보긴 했지만, 역시 햄버거엔 콜라지.
소금, 후추, 케찹, 식초는 여기에서 챙기면 된다.
음식이 무엇하나 빠짐없이 짠 편이라 소금은 쓸모가 없었고, 후추는 매우 유용했다. 굵직하게 갈려서 더 좋아. 식초는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면 된다는데, 난 별로였다. (-_-)
음식이 나왔다는데, 트레이가 아닌 종이 봉투에 음식을 담아주더라. 포장이 아니라 매장에서 먹고 가는데 이렇게 주니까 이상하다. 미쿡 갬성인진 모르겠지만, 볼품없기도... 그나저나 주문서에 이렇게 커다랗게 할라피뇨가 딱 박혀 있는데 어쩌다 빠진 걸까?
FRIES 땅콩기름에튀긴 파이브가이즈 스타일 프라이즈 : 리틀 6,900원
너네 나라 리틀은 이렇구나. 둘이 먹어도 넉넉했다. 케이준 스타일과 아닌 것 중에 고를 수 있다 했는데, 감자가 맛있다고 하니 양념은 최대한 덜 해보기로 했다. 많이 바삭하진 않았지만 감자맛이 진하게 나서 좋았다.
BURGERS 신선한 소고기 100% - 첨가제, 보존제 무첨가 : 베이컨 치즈버거 17,400원 + TOPPINGS 마요네즈, 케첩, 머스타드, 양상추, 피클, 토마토, 그릴드 어니언, 그릴드 머쉬룸(올 더 웨이 선택 시 검은색으로 쓰여진 토핑 8종 제공)
일반적으로 햄버거집에서 패티가 두 장이 들어가면 "더블"을 앞에 붙이기 마련인데, 파이브가이즈는 그냥 버거가 더블 패티고, 패티가 한 장만 들어가는 메뉴에는 "리틀"이 붙는다. 토핑은 올더웨이로 하는 게 기본이라기에 그렇게 해봤는데, 더블치즈버거의 특징이 둥글어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다음엔 아까 얘기한 것처럼 진정한 치즈버거로 즐겨야지. 치즈버거에 토핑은 케첩, 머스터드, 할라피뇨 정도? 토핑을 아예 안 하는 게 더 취향이려나 ㅋㅋ
번이 맛있진 않았다. 딱히 데우지도 않고, 포장지에 꾸깃꾸깃 싸놓은 느낌이었다. 돈 주고 먹은 것 중엔 감자튀김이 가장 나았다.
DOGS 치즈 핫도그 10,400원 올 더 웨이
소시지를 반을 잘라서 구워서 넣었는데, 누가 핫도그에 소시지를 그렇게 해서 넣냐? 핫도그는 보통 폭신한 쿠페빵에 오독 통통 촉촉한 통소시지랑 다진 야채 쪼가리를 넣는 게 전형적인데,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도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만, 맛이 없다. 특히 소시지가 바짝 말라서 핫도그라는 음식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누군가 핫도그가 괜찮다는 후기를 남겼다는데... 난 반댈세.
파이브가이즈 땅콩 맛있어요. 감자튀김 맛있어요. 햄버거 토핑, 올더웨이는 투 머치. 핫도그는 별로.
해서 다시 가게 된다면 토핑을 확 줄인 햄버거랑 샌드위치를 먹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감자튀김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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