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시장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포어묵. いざかや 山田(이자카야 산전)이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이자카야는 일본어니까 "이자카야 산전"이 아니라 "이자카야 야마다"로 읽는 게 맞으려나?
지도에서는 "이포어묵"으로도 검색되고, "산전"으로도 검색이 되는 것 같다. 뭐라 불러야 되능겨? (?_?)a
밝을 때 봤을 땐 그냥 '시장 안에 있는 흔한 어묵집이 좀 크네?' 했을 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어둠이 내려앉은 즈음 가게 안팎이 손님들로 가득 차고, 가게 앞으로 대기줄까지 생긴 걸 보고 나니 괜히 궁금해졌다. 이 날은 시간이 늦기도 했고, 기다려서까지 먹는 어묵이 대단히 맛있긴 힘들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나름 애매한 시간에 다시 찾은 이포어묵. 술집에 가는 시간치고는 상당히 애매하지만 검색한 바에 의하면 영업시작이 4시부터라 4시 반이면 안전한 시간은 아니었다. 방문 당시 크게 배가 고프진 않은 상태라 정 안 되면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운 좋게 대기 없이 바로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런 어묵은 명동 같은 길거리 노점에서도 만드는 걸 본 적이 있지만, 언뜻 보기에도 재료가 보다 넉넉하게 들어가는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갈 땐 게(맛)살 어묵을 만들고 계셨고
나올 땐 왕새우 어묵을 튀기고 계셨다. 이걸 만들자마자 하나 사 먹어볼걸 그랬나? 하지만 나올 땐 배가 불러서 당장 먹을 자신이 없었다.
우리 자린 바로 들어가서 1시 방향쯤에 있는 테이블이었다. 통로가 좁고 가게 안엔 손님이 많아서 시끌벅적 정신이 없어서 안내대로 들어가 앉느라 바빠 깨끗한 자리는 찍지 못했다. 배 안 고프다고 해놓고 싹싹 먹고 나옴 ㅋㅋ
안주는 벽에 붙은 엘피판에 적혀있었고, 주류는 메뉴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묵의 근본은 어묵탕이라 생각하므로 먹거리는 긴 고민 없이 어묵탕으로 결정! 이거 먹으러 여기까지 찾아왔다. ✦‿✦
문제는 술이었다. 딱히 많이 마시고 싶은 건 아니라 이 참에 평소 잘 안 찾는 정종대포를 먹어보기로 했다. 제사나 차례 지낼 땐 입에도 안 대는데, 이렇게 따로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게 아이러니 ㅋ
기본안주는 양상추 샐러드와 알새우칩 느낌의 새우과자.
정종대포 5,000원
뜨거운 거랑 차가운 것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어묵탕엔 차가운 것보단 따뜻한 게 어울릴 것 같아서 뜨거운 걸로 시켰다. 아는 향, 아는 맛. 들쩍지근한 게 내 취향은 아니긴 하다. 차갑게 먹는 게 나았으려나?
호록호록 정종을 맛보는 사이 어묵탕 등장.
어묵탕 25,000원
여러 가지 어묵을 조각조각 넣은 어묵탕. 그러고 보니 이렇게 직접 만든 갖가지 어묵을 넣은 어묵탕은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불을 켜고 보글보글
보글보글보그르르르 끓여서 불을 살짝 줄이고 먹으면 O.K.
살짝 더 익어서 동동 떠오른 어묵들. 어묵탕은 모름지기 끓일수록 더 맛있지. 밀가루가 많이 든 어묵이 아니라 오래 끓여도 퍼지지 않아서 좋았다.
여기서 만든 어묵 외에도 떡이나 맛살 등도 들어 있었는데, 확실히 여기 어묵들이 맛있었다. 모든 종류를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맛도, 식감도 제각각인 게 인상적이었다. 별 다른 추가 재료 없이 폭신하게 씹히던 어묵이 국물과 잘 어우러져서 가장 마음에 들었었는데, 그게 뭐였으려나? 국물이 대단히 맛있는 건 아니지만, 어묵이 맛있으니 됐지. 우동이나 국수사리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다 먹고 가게를 나와서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서울중앙시장을 벗어나기 전에 다시 한번 들렀다. 이왕 온 거 물에 안 빠진 것도 하나 먹어보기로.
날치알 수제어묵 1개 4,000원
원래는 아무것도 안 든 순살을 먹어보려 했었는데, 날치알이 금방 막 나왔다고 하셔서 급 변경했다. 아무래도 튀긴 음식은 갓 튀긴 게 가장 맛있으니까. 괜찮긴 했는데, 날치알은 안 익히는 게 나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꼬치어묵보다는 어묵탕이 마음에 들었다. 먹어본 중 어묵 퀄리티만으로는 단연 으뜸! 시장이 아케이드처럼 되어 있어서 비가 오더라도 보이진 않겠지만, 언제 비 오는 날 소주 한잔 하기도 괜찮을 것 같다. 장 보러 온 길이라면 사다가 어묵탕 끓여 먹는 거 완전 추천! 어묵탕 레벨업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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