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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포도주점 GRUND 그룬트 - 루꼴라 슁켄 / 리슬링 와인 : 자르 + 슈페트레제 + 파인헤릅

食食 얌냠

by 눈뜨 2023. 5. 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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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시장에서 1차를 하고, 근처에서 2차를 하기로 했다. 소주나 맥주가  마시고 싶진 않아서 주종은 와인으로 정했다. 성수에서 와인이란 조양마트에서 병으로 사서 세스크멘슬에 앉아서 마시는 것이지만, 이미 배가 상당히 차버린 상태라 이번만큼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간단히 한잔 정도 할 곳을 찾다가 알게 된 그룬트. 리슬링 와인이란 걸 파는 곳이라고 했다. 듣기로는 많이 달콤한 화이트와인이라 했는데, 알고 보니 리슬링은 포도의 품종이고 꼭 다 달달한 건 아니라고. 

어쨌든 도착한 작은포도주점 그룬트. 빨간 벽돌건물 2층이었다.

뚝도시장을 다 벗어나서 조금 더 걸어가야 나타난다. 성수도 이제 제법 와봤는데, 이 쪽은 또 처음이네.

계단을 오르고 나면 이런 모습. 생소한 와인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라 그런지 리슬링 와인 자체를 알리는 데에도 제법 신경을 쓰시는 듯했다. 흑판을 살펴보니 "과하게 취할 때까지 와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데, 그게 어느 정도려나? ㅎㅎ

아담한 가게였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매장엔 한 팀 정도의 손님만 있었고, 앉고 싶은 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도 자리가 있었지만, 뭘 많이 먹을 것도 아니고 마침 날도 좋고 창도 활짝 열려있기에 여기 나란히 앉기로 했다.

메뉴판 덕분에 밝혀진 리슬링의 정체. 리슬링의 주된 특징이 단맛이 아닌 "산미"라는 걸 알았다면 안 왔을지도 ㅋ 그나저나 독일이 와인으로 유명하단 건 처음 알았다. 맥주만 마시는 나라가 아니었구나. "독일와인"이라니... 어쩐지 입에 안 붙는다.

뭐가 뭔지 감도 안 오는 와인리스트. 하지만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달달한 와인을 찾아 예까지 왔으니 당도만 살폈고, 잔으로 판매하는 와인 중에서 가장 단 리블리히 분류에 속한다는 슈페트레제 리슬링으로 결정! 음식도 하나 시켰다.

조촐한 메뉴에 비해 과분한 연장. 음식도 잔뜩 뿌셔야만 할 것 같은 기분 ㅋ

직원 분이 와인 설명도 해주시고, 병도 구경할 수 있게 가져다주셨다. 보틀을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왼쪽이 아래 사진 오른쪽에 있는 자르, 오른쪽 병이 아래 사진 왼쪽 잔인 슈페트레제. 각 2021년, 2020년 빈티지구나.

슈페트레제 리슬링 Spätlese Riesling 125ml(G) 14,000원, 자르 리슬링 Saar Riesling 125ml(G) 14,000원
내가 주문한 슈페트레제 리슬링이 확실히 더 달고 진한 맛이 나서 좋았다. 산미와 더불어 리슬링 와인의 공통점 중 하나가 미네랄리티라고 한다. 특히 슈페트레제의 노트에는 페트롤륨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석유를 먹어봤을 리 만무하지만 완전히 수긍이 가는 설명이었다. 트러플처럼 그 향이 딱 내 취향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와인 전체의 맛이나 향과 잘 어우러져 신기했다. 

음식 없이 술만 마시는 덴 취미가 없어서 주문한 한 접시. 우리가 들어왔을 즈음 연신 가열차게 준비되고 있던 연어 빠삐요뜨가 살짝 땡기기도 했지만 이렇게 든든한 상태에서 먹는 건 아니다 싶어서 훨씬 가벼운 메뉴 중에 고른 게 이거다. 얇으니까 배 안 부르겠지?

루꼴라 슁켄 Rucola Schinken 15,000원. 얇게 썬 수제 독일햄과 루꼴라, 올리브 오일
슁켄이란 돼지 뒷다리로 만든 염장 가공육인데, 이 메뉴에는 약간 붉은 햄과 보다 허연 햄 두 가지가 들어 있었고, 세스크멘슬 꺼라고 하셨다. 결국 성수에서 와인 마실 땐 세스크멘슬을 벗어날 순 없는 듯 ㅋㅋ 

처음엔 너무 납작해서 '에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올리브도 들고, 루꼴라에 세스크멘슬 햄이면 썩 훌륭한 안주가 아닌가 싶었다. 햄은 붉은 것보다 허연 게 더 맛있었다.

파인헤릅 리슬링 Feinherb Riesling 125ml(G) 12,000원
안주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음식이 생각보다 적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술이 더 적었던 건지... 어쨌든 와인이 모자라서 추가 주문한 파인헤릅. 내가 처음 주문했던 슈페트레제와 같은 와이너리의 출신이다. 그래선지 비슷한 뉘앙스. 그래도 난 더 단 게 좋다.

달달 상콤하게 잘 마시긴 했는데, 역시 와인은 비싸구먼. 125미리 세 잔이니까 딱 반 병인 셈인데, 술값만 4만 원 (0o0)! 콜키지프리 식당이 왜 인기인지 납득이 간다.

어쨌든 맛있고 즐겁게 잘 먹었다. 세 가지 리슬링을 맛본 결과 탄산이 있어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으니, 다음엔 좀 부지런히 와서 스파클링 와인이랑 같이 나온다는 브런치세트를 먹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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