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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木 해목 - 히츠마부시 ひつまぶし : 민물장어 히츠마부시 [한마리] / 사케동 サケ丼 : 生연어덮밥+아부리 / 병맥주

食食 얌냠

by 눈뜨 2022. 6. 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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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 장어덮밥)를 처음 먹어본 건 일본 나고야 여행을 갔을 때였다. 편식이 제법 있지만, '이왕 여행을 왔으니 항상 먹는 거 말고 현지 음식을 먹어보자' 싶었다. 그래서 당시 예산으론 다소 부담스러운 한 끼였지만, 모처럼 나고야까지 왔으니 지역 명물이라는 히쯔마부시를 먹어보기로 했다. "호라이켄"이라고 당시 나고야에서도 장어덮밥으로 인기 있다는 식당의 본점을 찾았고, 일본까지 와서 그 무더운 날씨에 부채질을 해가며 식당 앞에 줄까지 서서 먹고 왔다.

민물이고, 바다고 간에 장어란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날 식탁에 오른 장어는 단짠 양념 덕에 비교적 쉬운 맛이었고, 그냥 밥이랑도 먹고, 김이랑 파랑 같이도 먹고, 차에 말아서도 먹으니 제법 먹을만했다. 하지만 탱탱하기보단 뭉개지는 식감이라 그득한 덮밥 한 그릇을 혼자 비우기엔 물리는 감이 있었고, 내겐 정식 메뉴 밥 위에 몇 점 얹어주는 걸로도 충분했다. 이번에 찾아보면서 계산서를 확인해보니 2015년에 저 둥그런 덮밥 한 그릇이 3천6백 엔이었는데, 지금 보더라도 그리 친근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매력 있는 메뉴다' 싶긴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번 먹어볼까 하고 찾아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현지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애매해 보이는 음식을 훨씬 비싼 값에 파는 걸 보니 그렇게 까지 해서 먹고 싶지는 않아 단념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국내에도 그럴싸한 장어덮밥을 내놓는 식당들이 생겨났고, 나의 외식 씀씀이는 커져갔으며, 물가 상승률보다 가파르게 음식값이 오르는 나날이 성실하게 이어지면서 "평소에도 비싼 거 종종 먹는데, 그냥 한번 먹어보자'"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어덮밥을 먹어볼 곳으로 선택된 식당은, 부산에서 흥한 덕에 서울까지 올라왔다는 "해목"

압구정이란 곳이 내게 그리 익숙한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산공원 있는 방향으로는 여기저기 다녀본 덕에 그렇게 낯설지도 않다. 하지만 목적지 대부분이 그 근방인 터라 강남구청역 방향으로 건너간 적은 거의 없었다. 강남구청역이 도산공원이랑 멀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종종 찾던 곳에서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 완전 다른 동네에 온 기분;; 그냥 사무실 있는 동네 뒷골목 같은 느낌이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니 여기도 유명한 맛집들이 곳곳에 숨어 있더라. 당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중국집도 유명하다고. 이렇게 먹을 곳이 많으니, 생활 동선이 아니라면 보통 마음에 들어선 재차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 한 번씩만 가기에도 갈 데가 너무 많아. ~(@ㅅ@)~

해목 입구엔 메뉴판이 활짝 열려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옆에 있는 태블릿으로 줄을 서야 했다. 태블릿을 사용해서 테이블링으로 대기 입력을 하고, 근처를 배회하다가 카톡이나 문자가 오면 가게로 가면 된다.

생활의 달인엔 또 언제 나왔대?

근처를 배회하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저기 보이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근처에 창이 나있기에 빼꼼 구경해 봤는데...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장어 굽는 걸 이렇게 가까이에서 구경할 줄이야 ㅎㅎ

테이블링 알림을 받고 식당에 들어섰다.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바로 여기.

노리고 만들었을 것 같은데, 확실히 일본에 있는 오래된 식당 같은 분위기가 있다. 목조 느낌에 붉고 어두운 톤의 목재 가구와 인테리어 같은 게 그런 느낌을 준다. 나고야의 호라이켄의 젊은 시절이 이런 분위기였을 것 같기도 하고, 일본 료칸 같은 분위기가 나는 듯도 싶다. 건물 외부도 내부도 이렇듯 이국적이라, 여기 앉아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있자니, 문득 멀리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좋긴 했다.

식사는 장어덮밥 하나랑

연어덮밥 하나. 생연어만 먹으면 물릴 것 같아서 아부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일본 음식이라 그런지 일본 술이 주를 이루는 주류 메뉴판. 요즘은 전통주를 다양하게 취급하는 곳도 많은데,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가게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 수저 봉투. 해목의 대표 메뉴는 역시 히츠마부시랑 사케동인 모양이다.

병맥주 500ml 6,000원

맥주를 시키면 땅콩을 주나 보다. 일본 현지 식당 느낌 물씬이라 왠지 생맥주를 시켜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데, 없었다.

쟁반에 오밀조밀 오늘의 식사 등장.

사케동 サケ丼 : 生연어덮밥+아부리 18,000원  

연어가 총 열 점인 연어덮밥에 천 원을 추가하면 다섯 조각은 불로 가볍게 표면을 익혀 준다. 

식탁 한편에 놓여 있는 "맛있게 먹는 방법" 안내문.

먼저 숟가락 위에 밥과 연어 한 점을 올린 뒤

해목의 특제 간장소스를 붓으로 연어에 발라 먹는 게 첫 번째 방법.

붓이 굳어 있어서 처음엔 나무토막 같았는데, 간장을 듬뿍 묻히니 점점 붓 같이 소스를 바를 수 있었다.

설명대로 간이 세지 않아서 한가득 발라도 짜지 않았다.

간장소스를 바르고 연어알과 와사비를 올려 먹는 게 두 번째 방법.

아보카도를 추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이트소스를 얹어 먹는 게 마지막 방법이다.

아부리를 한 덕에 여섯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었고, 간장만 바르거나 와사비를 곁들이는 게 확실히 잘 어울렸다. 모처럼 싱싱한 생연어를 한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 ' ~`)))

장어덮밥은 솥밥 느낌 물씬 나게 나무 뚜껑을 얹고 나왔다.

히츠마부시 ひつまぶし : 민물장어 히츠마부시 [한마리] 38,000원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향토 요리인 '히츠마부시'는 민물장어를 사용하여 만드는 장어덮밥입니다. 나고야식 장어덮밥은 특제 간장소스를 발라가며 숯불에 3번 구워 만들어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훈연 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유통되는 장어 중 맛과 식감이 가장 뛰어난 최고급 품종인 '자포니카종(풍천장어)'만을 엄선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그릇 위를 한가득 덮고 있는 민물장어구이 한 마리.

식탁 위 안내문은 양면 모두 내용이 적혀 있는데, 한쪽은 아까 본 것처럼 "生연어덮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혀있고, 다른 한 면엔 이렇게 "히츠마부시 맛있게 먹는 4가지 방법"이었는데, 일본에서 먹었을 때도 이런 설명이 있었다. 히쯔마부시란 음식은 원래 이렇게 먹는 건가 보다. 

이게 그냥 밥과  장어를 먹는 첫 번째 방법. 나고나에서 먹었던 장어와 비교해서 양념 맛은 은은한 편이었고, 살이 보다 탄탄했다. 현지화한 레시피려나? 녹진한 것보단 이 편이 내 입엔 더 잘 맞았다. 간이 세지 않아서 연어덮밥에 함께 준 소스를 더 발라 먹어도 괜찮더라.

와사비, 김가루, 실파를 얹어서 함께 먹는 두 번째 방법.

오차즈케를 넣어 먹는 게 마지막 방법. 이렇게까지 먹으면 이제 식사 마무리하고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음식이 남아서 기분이 이상하다. 

오랜만에 만난 히쯔마부시는 썩 괜찮았고, 튼실한 생연어도 좋았다. 하지만 각 메뉴 자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식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닌 탓인지 혼자서 한 그릇을 비우기엔 질리는 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섞어서 나오는 정식 같은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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