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teca otto 에노테카오토 - 아란치니 Arancini / 타야린 Tajarin pasta with egg yolk and cheese + 치즈소스 뇨끼 Potato Gnocchi with cheese cream sauce / 맥주 Beer : 라슢 La Chouffe / 하우스 와인 레드
원래 물을 건너오면 물건이든, 음식이든 비싸진다. 그래서 보통 양식은 한식보다 비싸고, 비슷한 공과 재료가 쓰여도 국수보다는 파스타가 비싼 건 늘 당연했다. "파스타"라는 건 꽤 오래전부터 데이트나 소개팅 음식, 사치스러운 음식 느낌이 있었다. 유튜브 컨텐츠가 다양해지고, 예전에 비해 수월히 조리법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파스타는 "노력 대비 그럴싸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되기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식당에서 파스타라는 음식에 책정해준 가격은 꾸준히 올라서, 이젠 파스타 한 접시가 2만 원을 웃도는 일도 예사가 되어 버렸다. 먹는 걸 좋아하고, 벌어서 먹는 데만 돈을 쓰는 사람으로서, 좀 비싸더라도 맛이 보장된다면 그러려니 할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애매한 수준인데도 덩달아 그런 가격을 받는 곳도 많다 보니, 점점 파스타를 잘 사 먹지 않게 되었다. 특히 요즘 뜨는 파스타집은 생면 파스타를 하는 곳이 많은데, 생면보다는 건면이 주는 식감과 맛을 더 선호하는 지라, 그렇게 어려운 예약 전쟁을 비집고 먹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외식 메뉴는 거기서 거기고, 돌고 돌고 돌다 보면 한참 안 사 먹던 메뉴가 한 번씩은 땡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날을 잡고 "집에서 한 거 말고, 가게에서 파는 파스타를 먹자"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검색을 해 보았고, 그러다가 알게 된 곳이 에노테카오토였다.
서울을 자주 가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주로 들르는 곳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골목 어딘가에 위치한 에노테카 오토.
기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블루리본이 탑처럼 입구 옆 통창에 붙어있다. 블루리본서베이에서 리본 하나를 받았으며, "이탈리아에서 경력을 쌓은 브라질 출신 셰프가 제대로 된 파스타를 선보인다. 파스타는 모두 생면으로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으며 탈리아텔레, 펜네 등 소스에 어울리는 파스타 면을 사용하여 풍부한 맛을 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경력을 쌓은 브라질 출신 셰프"라는 점도 이 식당에 흥미를 갖게 만든 부분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창가 좌석엔 손님이 있어서 그보다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 분위기가 외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미 충분히 검색하고 왔고, 첫방문에서 먹어보고 싶은 건 정해놓고 와서 주문은 금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창에 붙어 있던 음식 사진이 메뉴판에도 있으면 메뉴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음료는 맥주 하나, 와인 한 잔. 콜키지는 주중에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안 되는 것 같았다. "에노테카"는 이탈리아어로 "와인을 전시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장소"라더니, 구비한 와인을 팔고 싶은 주인장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식전 빵과 올리브 다진 게 들어간 올리브유. 그냥 "올리브 다짐"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타프나드"란 건가 보다. 블랙 올리브, 케이퍼, 앤초비 혹은 참치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갈아 만든 페이스트란다. 원래 올리브를 좋아해서 그런지, 난 발사믹 식초를 떨어뜨려 주는 것보다 이 편이 더 좋더라.
맥주 Beer : 라슢 La Chouffe 7,000원 / 하우스 와인 : 레드 Red Glass wine 150ml 7,000원
낯설게 생긴 이 맥주는 메뉴판엔 "라슢"이라 쓰여 있었지만, 철자로 검색해보니 "라쇼페"란다. 8도짜리 벨기에 블론드 에일. 오렌지 뉘앙스가 있긴 하지만, 에일은 별로 안 좋아해서... 벌써 1년 가까이 지나서 정확한 맛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적당히 괜찮은 와인이었고, 확실히 이탈리안엔 와인이 어울린다.
아란치니 Arancini / Fried rice ball 2pc 8,000원 치즈가 들어간 리조또 볼 튀김 (국내산 쌀)
리조또도 맛있고, 크로켓도 맛있는데, 이걸 둘 다 해버리면 맛없기 어렵지. 해서 아란치니가 실망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다. 전주 갔을 때 먹어봤던 비빔밥 고로케는 여기서 착안한 메뉴였을까?
2014.06.25 - [食食 얌냠] - 자작나무 숲 - 전주 비빔밥 고로케 + 감자 고로케 + 카레 고로케 + 감자 크로켓 + 찹쌀 도넛
에노테카오토의 아란치니란 메뉴가 맛이 있냐, 없냐 하면 확실히 "있다" 쪽이지만, 개당 4천 원이라고 생각하면 비싸다 싶기도 하고, 다른 메뉴들도 궁금하니까 다음엔 주문하지 않을 것 같다.
타야린 Tajarin pasta with egg yolk and cheese 19,000원 타야린은 계란 노란자로 반죽한 생면입니다. 버터, 세이지, 계란노란자, 파르미지아노 치즈, 트러플 페이스트
에노테카오토는 생면 파스타를 하는 집이니까 처음 방문했을 땐 생면이랑 찰떡으로 어울리는 메뉴를 시켜봐야겠다 했고, 이 메뉴를 꼭 시켜야지 했다. 개인적으로 소스는 크리미한 편이, 면의 형태는 납작하면서 넓은 편이 생면의 장점이 특히 돋보이지 않나 싶다. 타야린은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메뉴였고, 치즈를 눈처럼 소복하게 얹고 나왔을 때부터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접시 위에 있는 것들을 골고루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 계란과 치즈, 버터로 전반적으로 크리미한데, 트러플 향이 간간이 포인트를 준다. 썩 괜찮다 싶었는데, 레드 와인이랑 합이 정말 딱이다. 내가 사랑하는 포트와인이랑도 잘 어울리지 싶다.
이것 때문에 평일에 한번 찾아가야 하나
치즈소스 뇨끼 Potato Gnocchi with cheese cream sauce 17,000원 감자(단호박 포함)뇨끼, 레몬제스트, 버터, 브로콜리, 4가지 치즈, 생크림
당시엔 17,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8,000원으로 천원 오른 치즈소스 뇨끼. 뭔가 생소한 모양새의 뇨끼. 단호박을 넣어서 노란빛을 띠는 모양이다. 소스는 딱 내 스타일이었는데, 뇨끼는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뚜또베네에서 처음 먹어봤던 뇨끼가 맛있었는데... 가격이 수악하더라도 없어지기 전에 한번 더 가봤어야 했는데... 아쉽.
지리적 메리트는 1도 없는데도 또 오고 싶었던 에스테카오토였다. 각각의 음식들이 맛있고, 집에서 흉내 내기 힘들 것 같은데도 가격은 대부분 만원 후반대에 형성되어 있으니, 파스타를 파는 식당으로서는 좋은 점밖에 없었다. 다음에 가면 와인 한 병 놓고, 이것저것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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