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츠커피 웨이팅을 하다가 우연히 삼계탕집 하나를 발견했다.
세상 핫한, 딱 요즘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해놓고, 요즘 딱 먹힐만한 음료를 파는 카페 바로 옆에, 척 봐도 오랜 한옥 식당이 찰싹 붙어 있는 모양새가 퍽 이색적이었다.
미리 알았으면 점심을 먹어봤을 테지만, 카페를 왔다가 발견한 참이라 이미 점심은 먹은 뒤였고, 애매하게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같은 날 저녁에 바로 들르게 되었다.
모범음식점 딱지도 떡하니 붙어있고, 각종 매체에도 소개가 되었으며, 어디에선 "서울 3대 삼계탕"이라고까지 하였다. 난 금시초문이지만, 기대를 가득 안고 도전!
커다란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너른 공간이 나왔다. 손님이 모두 빠져서 다소 휑한 분위기기에 '설마 벌써 마감한 건가?' 싶기까지 했는데, 다행히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우리가 이 날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빤딱빤딱 칠이 된 나무틀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안쪽 방에 자리를 잡았다. 요즘은 되려 흔치 않아져 버린 좌식 방 구조가 정겨웠다. 외관도, 내부도, 접객까지... 시골 할머니집에 온 것 같은 기분 ㅎㅎ
단출한 구성의 메뉴판. 가게 이름이 강원정 삼계탕이니 첫 방문에서 먹을 건 당연히 인삼삼 닭계 끓일탕! 두 그릇이요~
삼계탕 14,000원 *검색해보니 15,000원이란다. 그새 천원이 올랐나 보다.
삼계탕집에서 으레 내어줄 만한 김치들이랑 풋고추, 쌈장, 소금, 그리고 맛보기 인삼주 각 1잔이 함께 나온다.
깔끔하고, 담백한, 딱 적당한 삼계탕이었다. 맑은 국물보다는 들깨 삼계탕이 더 취향이긴 하지만, 강원정 삼계탕의 삼계탕도 썩 괜찮았다.
내게 삼계탕이라는 음식은 자그마한 닭이 들어가는 주제에 치킨 한 마리 값을 받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여간해선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는 음식이었다. 닭이 작다 보니 살코기 양도 성에 차지 않았고, 삼을 비롯한 약재 맛도 불호인 나에겐 "가격만 비싼 으르신들 음식"이었다. 여전히 약재나 파, 견과류 등의 맛을 즐기진 않지만, 학을 뗄 정도는 아니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먹는 양도 줄어서 좀 더 쉽게 배가 부르게 되었으며, 치킨을 비롯한 다른 음식들 가격이 열심히 오른 덕분에 내 먹거리 리스트에서 삼계탕의 위상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몸에 좋은 갖은 재료가 들어서 마이너스적 요소가 충분할 텐데도 '만원 중반에 삼계탕 한 그릇이면 괜찮지'라는 정도가 되었다.
가볼만한 식당을 처음 찾아볼 때 기본적인 검색 툴 말고 이용하는 곳들이 있는데, 최애가 블루리본이고, 차선이 망고플레이트, 그리고 가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둘러보기도 한다. 트립어드바이저는 확실히 외국인들이 많이 써서 우리 실정에 안 맞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가끔씩 '오!' 싶을 때도 있는데, 그게 삼계탕이었다. 국이나 탕, 찌개 같은 건 평균보다 좋아하지 않지만 "스프" 특히 되직한 크림스프를 좋아한다. 그래서 스프맛집을 찾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트립어드바이저까지 흘러들어 간 적이 있었는데, 삼계탕집이 꽤나 높은 순위로 노출이 되었다. 관점의 차이지, 닭고기 스프라고 생각하면, 확실히 대단하긴 하다 싶으니, 새삼 삼계탕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기도 했다.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엔 지금도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한 학생 시절 한 번 먹어보고 "비싸기만 하고 별로!"라고 단정짓고 발길을 끊었던 토속촌 삼계탕도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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