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있는 오래된 쭈꾸미집, 송가네 쭈꾸미.
개인적으로 쭈꾸미는 그다지 선호하는 식재료가 아닌지라 별 관심이 없었는데, 돼지군이 인터넷에서 봤는데 꽤나 괜찮아 보였다며 "나는 지금 쭈꾸미 샤브샤브가 먹고싶다."를 시전했다. 거기에 "우리도 제철음식 좀 먹자."며 한마디를 더 얹었다.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먹어보기로 ( ゚∀゚)人(゚∀゚ )
일단 빨간 양념이나 매운 걸 좋아하지 않는데, 안 선호 둘을 녹여 만든 쭈꾸미 일러스트가 상당히 거슬렸다. 그림체 자체도 ㅋ 어쨌든 음식이 괜찮단 얘길 듣고 보니 괜히 실해 보이는 수조 속 쭈꾸미들.
주말 점심 식당 내부는 꽤 한적한 편이었다. 윈도우 스티커 그림처럼 주메뉴는 매콤한 쭈꾸미볶음인 모양이다. 불향쭈꾸미가 따로 있는 걸 보면, 기본 쭈꾸미볶음 메뉴엔 불향이 안 나나? 여튼 난 고기순이니까 다음에 와서 볶음을 먹는다면 쭈삼 먹어야지♪(´ε`*) 2~4월 계절메뉴인 쭈꾸미샤브샤브의 가격은 그날그날 다른 것 같았는데, 어제 가격은 2인 기준 48,000원이었다. 칼국수랑 죽은 미포함 가격.
오늘의 쭈꾸미 샤브샤브 2인 48,000원 + 청하 6,000원
상이 널찍해서 그런지 접시가 이것저것 깔렸는데도 어딘지 휑하다. 묘하게 썰렁해. 반찬보단 메인에 집중하는 분위기. 그래도 연근이 무르지 않고 아삭거려서 좋았다.
열심히 먹고 있자니 뜨끈한 계란찜이랑 김치전을 추가로 주셨는데, 이러고 나니 상이 꽉 찬 느낌. 쭈꾸미 볶음이 매콤해서 계란찜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식사엔 매콤한 게 없지만, 계란찜 그냥 줘서 나쁠 게 있나 ㅋ 걍 퍼먹퍼먹 L(‘▽‘)/ 어릴 땐 "김치만 들어간"-이라 쓰고 "오징어가 없는"이라 읽는다- 김치전은 별로였는데, 작금에는 이것도 은근 별미다. 짭조름 바삭하게 잘 부쳐낸 김치전은 어딘가 치즈맛이 난다. 그걸 처음 깨달았던 게 대학시절. 학교 앞에 멀건 김치전을 기본안주로 주는 술집이 있었는데, 꽤나 좋아했다.
2008.05.31 - [食食 얌냠] - 잠꾸러기 - 닭발, 오뎅탕, 모듬소세지 그리고 주류
잠꾸러기 - 닭발, 오뎅탕, 모듬소세지 그리고 주류
역시나 이 동네 가게 답게 쉬이 들어갈 생각을 할 수 없게 하는 곳 잠꾸러기는 2층 들어가 보자 돼지군이 사진에 나오고 싶었던 모양이다 구획 구획 제대로 나누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의 술집.
noondd.tistory.com
아직도 있으려나?
이번 식사엔 푸성귀도 두둑했다. 냄비 안엔 대파, 무, 숙주가 들어있고, 접시 위엔 배추, 청경채, 미나리, 냉이, 버섯이 수북이 담겨 나왔다. 냉이가 뿌리채로 나와서 의아했는데, 원래 뿌리에 향이 많이 나서 뿌리까지 먹는다고. 양념장 따위에선 이파리만 본 적 같았는데 실은 같이 들어있었나 보다. 진짜로 먹어보니 향 차이가 확 나서 신기했다.
오늘의 샤브샤브 주재료 쭈꾸미들. 크기가 균일하진 않았지만 한 8마리 정도 됐던 것 같다. 넉넉히 주신다며 주셨는데 그닥 푸짐한 비주얼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마리씩 데쳐 먹으니 생각보다 양이 제법 되더라. 쭈꾸미 샤브샤브란 메뉴는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이 정도면 꽤나 잘 주신 편인 듯 ㅋ
대접에서 꾸물거리는 쭈꾸미 한 마리를 집게로 집어 들며 "인간은 잔인해"를 한번 외쳐주고, 팔팔 끓는 국물에 빠뜨리며 다시 한번 외쳐주면 금세 익는다. 가위로 머리와 다리를 분리하고, 다리는 바로 잘라서 먹어준다. 샤브샤브란 조리법에 걸맞게 진짜 순식간에 익어서 바로바로 보들보들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방심하면 숙회가 되어버리니 주의 요망! Σ(´Д` )
https://www.youtube.com/shorts/nW4AHmLR6dw?feature=share
오랜만에 짤막한 동영상도 하나 만들어 봤다. 처음부터 찍은 건 아니라 더 격렬한 움직임은 기억 속에만 ;;
쭈꾸미가 요즘 철인 이유는 알이 차서라고 했는데, 알이 든 건 3마리 정도 였다. 원래 날치알 빼곤 물에서 나는 알은 특유의 텁텁함과 비릿함이 싫어 먹지 않는데, 쌀알 같은 생김새처럼 담백한 밥 같은 느낌이라 신기했다. 내장도 아귀간 느낌으로 조금씩은 먹을만했고, 먹물도 생긴 것과 달리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이 있어서, 크지 않은 머리는 한 입에 다 같이 먹으니 식감도 다채롭고 각각의 맛도 잘 어우러져 제법 매력적이었다. 이래서 먹는구나 싶었달까?
칼국수 2,000원
국물이 많이 졸아서 육수를 추가했는데도 간이 셌다. 먹물도 풀어져서 차라리 육수를 더 넣는 대신 버터 넣어서 자작한 스타일로 만들어 먹으면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면 이미 칼국수는 아니지만, 맛있는 생면파스타는 완전 가능 (゜∇^d)!!
먹어 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까지 취향은 아닐 것 같아 허기질 각오로 임한 쭈꾸미 샤브샤브였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극호까진 아니더라도 불호는 아닌 걸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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