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도 건대입구는 술집들이 많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학교랑 거리가 있기도 했고, 그땐 지금보다 더 술을 싫어하던 때라 굳이 찾지 않았는데, 지난 주말 성수에서 놀다가 건대입구까지 흘러들었다.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는데, 그런 것치곤 그리 무시무시한 인상은 아니었다. 얌전한 종로 느낌? 골목 구석구석 크고 작은 술집들이 즐비했고, 다닥다닥 너무 많다 보니 선택장애가 ㅋㅋ
배도 불러서 그냥 저렴해 보이는 커다란 체인점 술집에서 간단히 먹어보기로 했다.
생맥주 300cc 1,500원, 천국 오리지널 하이보루 5,900원, 공깃밥 1,000원, 레알 스팸계란후라이 8,900원. 맛보기 된장술밥은 서비스
서비스로 밥 한스쿱을 넣은 된장국물이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소주를 마셔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날도 덥고 해서 하이볼로 결정. 토닉을 두둑하게 넣었는지, 그냥 음료수 같았다. 잔 아래에 이물감이 있어 살펴봤더니 LED전구를 붙여놔서 누르면 빛이 난다. 이런 재밌는 포인트를 생색내지 않다니... 의외의 대인배적 모먼트 ㅋㅋ 배가 부르기도 했지만, 딱히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아서 맛없없인 스팸 계란후라이를 시켰다. 집에서도 흔하게 먹으니 여간해선 밖에서 돈 주고 먹지 않는데, 이번엔 왠지 마른안주가 땡기지 않았다. 짜고 느끼한 햄이랑 기름 넉넉히 둘러 잘 튀긴 계란후라이만 먹으려니 반찬만 집어먹는 것 같아 이상했고, 맛보기 된장술밥은 짜고 매콤해서 여러모로 밥을 추가하는 게 낫겠다 싶어 공깃밥 추가. 배부르다 해놓고 결국 밥을 시켜버린 ㅋㅋ 그치만 스팸은 역시 흰쌀밥이지. 그냥 딱 뚜껑 있는 밥공기 하나 가져다 줄 줄 알았는데 커다란 대접에 참기름까지 한 바퀴 둘러 나왔다. 여기에 먹으라고 파는 밥이 아닌 건 확실 ㅋㅋ
3백이라곤 해도 생맥주를 5잔이나 마셨는데도 총 23,300원이 나왔다. 저렴한 김밥집의 대표명사인 김밥천국에 착안해서 포차천국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할맥류가 없을 리가 없는데, 저렴한 데일수록 검증되지 않으면 가기 꺼려지니까... 어릴 때였으면 진짜 반가운 체인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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