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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삼계장인 - 수비드 닭볶음탕 한마리 + 칼국수 사리 + 대륜가야곡 왕주

食食 얌냠

by 눈뜨 2022. 7. 1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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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탕은 보통 시장통 같은 데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었는데, 교대역 근처에 색다르게 내어놓는 곳이 있다기에 찾았다.

원래 삼계탕집인데, 양식 조리법으로 알려진 "수비드"를 한식 오브 한식인 "닭볶음탕"에 끼얹었단다. 퓨전보단 클래식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런 기괴한 조합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 "맛있다"는 증언이 속출하니 별안간 궁금증이 동했다.

식당 이름이 자신감 넘치게 "3 삼계장인" 스스로를 장인이라 칭하는 패기가 예사롭지 않다. 외관만 봐선 최근에 생긴 것 같아 보였는데 "백년가게"라는 걸 보면 아닌 건가? 가게 앞에 내놓은 설명을 살펴보니 가업처럼 이어온 식당인 모양이다.

삼계탕집이라 메뉴판엔 삼계탕 메뉴들이 메인 위치에 있었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삼계탕은 없는 것 같았고, 잣과 녹두, 쑥 세 가지였다. 잣이나 녹두 삼계탕이라고 하는 걸 보면, 호수삼계탕의 들깨 삼계탕처럼 국물이 되직한 스타일일 것 같다. 우린 닭볶음탕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 다른 손님들은 대부분 삼계탕을 먹더라. 다음에 둘이 오게 된다면 삼계탕 하나랑 전기구이 하나 시켜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부드러운 약초술 - 백제 전통주 : 삼계장인 대표 주류 - 대륜가야곡 왕주 (13도) 170ml 4,000원 은은한 맛이 일품인 백제 전통주

이 식당에서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전통주를 제법 다채롭게 구비하고 있는 점이었다. 점심이기도 해서 간단하게 마셔보자고 해서 170ml짜리 대륜가야곡 왕주를 주문했다. 새빨간 글씨로 식당 대표 주류라고 하기도 했고, 양도 적당하다 싶었는데, 가만 보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400ml가 13,000원인데, 170ml가 4,000원인 것. 원래 소분한 걸 사는 게, 동일한 양으로 환산했을 때 병으로 사는 것보다 비싼 게 인지상정인데, 왜 400미리가 더 비싼 거지? 400미리에 책정된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단순히 양으로만 계산해도 170 미리면 5,525원이 되는 게 맞는데, 단돈 4천 원이라니... 이건 먹는 게 이득이다

사케 도쿠리 느낌으로 나온 170ml짜리 대륜가야곡 왕주.4천 원에 병까지 이렇게 멋있어 버리기 있냐? 전통주는 왜 이렇게 안 파나 싶었는데, 이렇게도 파는 데가 있었네. 완전 마음에 들어.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탄성을 자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술은 맑은 황금빛이었고, 달큼하면서도 깔끔해서 좋았다.

수비드 닭볶음탕(한정판매) Sous-vide Braised Spicy Chicken 한마리(2~3인분) 36,000원

굉장히 묵직한 냄비에 나온 닭볶음탕.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하셨고, 센 불로 졸여야 맛있다며 불을 왕창 올려 주셨다. 외식하는 보람이 느껴지는 불 조절이었다ㅋㅋ

보통 닭한마리집이나 닭볶음탕집에 오면 인고의 세월을 버텨야 하는 게 불만스러웠는데, 여기에선 메인이 나오자마자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수비드(sous-vide)란 밀봉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밀봉된 봉지에 음식물을 정확히 계산된 온도의 물로 천천히 가열하는 조리법이다. 개인적으로 뭉근한 식감보단 고기는 고기답게 씹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수비드라는 조리방식을 선호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칭 고기테리언이고, 타칭 고기순이인 본인에게 기다림 없이 음식이 나오면 바로 고기 식사가 가능하단 부분은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여기까지 와서 이걸 먹어보게 만들었다.

닭가슴살을 퍽퍽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쉬울지 모르겠지만, 닭볶음탕이 진하게 우러나는 동안 부드럽게 조리된 닭가슴살을 닭볶음탕 양념에 찍어 먹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메리트였다. 계림이나 대전의 정식당처럼 임팩트가 강한 부류는 아니지만, 야채도 고루 넣어 좀 더 건강한 느낌으로 기본에 충실한 인상을 준다. 많이 달거나 맵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정식당은 자극적이라 좋았지만 ㅎㅎ

2018.08.16 - [食食 얌냠] - 정식당 2호점 - 닭볶음탕 小 + 공기밥

 

정식당 2호점 - 닭볶음탕 小 + 공기밥

< 정식당 2호점 - 닭볶음탕 小 + 공기밥 > 위치정보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식당. 닭고기 파는 식당 벽에 닭을 의인화 한 그림을 잔뜩 그려 놓은 모습이 어쩐지 섬찟해서 멈춰 선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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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사리 3,000원

배가 불러서 밥까진 무리일 것 같아 아쉬운 대로 국수사리를 시켜봤다. 닭볶음탕에 칼국수 사리는 생소한 조합이었는데, 원래 이런 두툼한 면과 양념은 당연히 어울리는 조합인 것을...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지나다 우연히 발견했다면, 검색 노출을 노리고 "삼대"라는 글자를 식당에 억지로 욱여넣고는, "요즘 수비든가 뭔가가 유명하다며?" 하면서 억지로 "수비드"를 갖다 붙여서 장사하는 요상한 식당 하나 생겼구나 하고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진짜 잊을 수 없는, 혹은 본 적 없는 대단한 맛의 닭볶음탕이라 할 순 없겠지만, 새로운 조리법이 썩 잘 어울리고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다. 졸일수록 맛있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굳이 주의사항으로 센 불에 졸여 먹으라고 신경 써주는 세심함도 기분 좋다. 음식도, 서비스도 부드러운 매력이 있는 삼대 삼계장인이었다.

다음엔 삼계탕을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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