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RDON RAMSAY burger 고든램지버거 - BURGERS : 포레스트 버거 Forest Burger + 헬스 키친 버거 Hell's Kitchen Burger/ 오렌지 에이드 Orange Ade/ Tea : No.18 British Brunch 브리티시 브런치
이달 초 롯데의 상징, 잠실에 다녀왔다.
버스에서 내려 돌아보니, 세로로 우뚝 솟은 롯데타워와 가로로 널찍하게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이 마주 보고 있었다. 놀이공원에 갈 것도 아닌데 일찌감치 이 동네를 찾은 이유는 당연히 먹부림. 스타 셰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든램지가 국내에 버거집을 냈는데, 그게 바로 이 동네에 있다지 뭐야?
상호도 정직하게 "고든램지버거"고, 위치는 롯데월드타워 지하인 롯데월드몰 내에 위치해 있다.
찾기 어렵진 않을까 했는데, 지하에서 입구를 찾아 조금 들어가니 줄지어 선 사람들이 금방 눈에 들어왔다.
매장의 정확한 위치는, 롯데월드몰에서 나름 유명한 조형물로 보이는 거대 왕관 바로 앞. 이러고 바라보면 딱 고든램지버거가 보인다.
고든램지의 연관 단어로 가장 유명한 게 헬스키친인 덕인지, 불기둥 영상이 기둥마다 박혀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옥불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을까? 거기에 기꺼이 뛰어드는 기분은 어딘가 좀 이상하다.
"버거 하나가 3만원?!"으로 유명한 고든램지버거. 그래도 버거가 비싸다 한들 "고든램지"라는 명성이 있고, 국내 첫 상륙인 점을 고려하면, 쉐이크쉑 처음 들어왔을 때 봤던 바와 같이 어마 무시한 줄을 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김 빠진 뒤에나 가볼까 했었는데, 즐겨 이용하는 식당 예약 앱으로 예약이 가능하다는 게 아닌가?!
캐치테이블 고든램지버거 예약페이지 ☞ https://app.catchtable.co.kr/ct/shop/gordonramsay_korea
방문하기 약 한 달 전이긴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주말 점심을 예약해서 '역시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많이 안 몰리나보다.' 했었는데, 그냥 타이밍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 이후 확인해보니 주말 예약은 꽉 차있었고, 한 두 달 뒤 평일에나 예약이 가능하더라. 식당 앞에 안쪽으로 서있는 줄은 예약하고도 오지 않는 손님이 있는 경우 입장하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인데, 온라인상 떠도는 후기에 의하면 보통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먹는다는 것 같았다. 노쇼가 그렇게 많다기보다는 버거집이라 금방 먹고 일어나서 식사가 가능하지 싶다. 캐치테이블로 미리 예약한 경우에는 바깥쪽 줄로 들어가서 예약 확인 후 QR 체크인을 하고 잠시 대기하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들어가면 된다.
"고든램지"가 인테리어인 듯한 고든램지버거.
주방 앞쪽에 설치된 모니터에선 요리하는 고든램지 영상이 무한히 재생되고 있었다.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대기하는 장소와 가까운 2인석이었다. 사진상 좌측에 직원분이 정리하고 있는 자리. 평소 선호하는 구석이나 벽면에 붙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옆에 기둥도 있고, 우리 테이블과 대기하는 줄 사이에 달처럼 생긴 조형물(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좌석이었던 공간)이 있어서 나름 식사하기 괜찮은 자리였다. 안쪽으로는 보다 쾌적해 보이는 공간이 있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사람도 많고 구경 갈 분위기는 아니라 가만히 식사만 하고 나와서... 진실은 저 너머에... 어쨌든 내 눈에 들어오는 자리들 중에선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은 되는 자리였다.
식사하는 동안 자꾸 사람들이 나타나서 사진을 찍고 가길래 '뭐가 있나?'하고 나가는 길에 확인해 보니, 이런 모양의 굉장히 특별해 보이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뜬금없이 거대한 달덩이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이상해 보였는데, 그저 거대한 바위가 아니었던 모양. 3인 세팅이 되어 있던데, 원래 손님을 앉히는 자리려나? 개인적으로는 준다 해도 부담스러워 앉고 싶진 않았다. ㅎㅎ
물티슈도 티슈도 고든램지 뙇!
메뉴판에는 세 명의 고든램지씨가 똬돠돻 ㅋㅋ 역시 자기애가 돋보이는.. ㅎㅎ
이미 마음에 정한 메뉴가 있어 버거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유튜버도 아니고, 14만 원짜리 버거를 먹을 필요는 없으니, 하나는 이 버거집 시그니처로 추정되는 헬스키친버거로 하고, 나머지 하나는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취향에 부합할 것 같은 포레스트버거로 결정. 문제는 사이드를 먹느냐 마느냐 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버거 두 개에 사이드까지 하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다는 결론이라 그냥 음료만 추가하기로 했다.
크림브륄레 애호가로서 크림 브릴레 & 오레오 쉐이크를 먹어볼까 했지만, 차마 셰이크를 만 3천 원 주고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크림브륄레를 두세 개 사 먹지. 그래서 "5천 원 주고 탄산을 마시느니 에이드를 시켰다"는 누군가를 따라 에이드 하나를 시키기로 했다. 나머지 음료 하나는 커피를 마실까, 차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약간 씁쓸하고 깔끔한 홍차를 마셔보기로 했다.
이게 이 날 고든램지버거에서 먹은 음식들의 떼샷. 버거 둘에 음료 둘의 단출한 구성이지만, 이렇게 하면 7만 7천 원. 사이드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2인 기준으로 치더라도 테이블당 10만 원은 나온단 계산이다. ((OoO))!!
당연하게 음료가 먼저 나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손님이 많아서였겠지? 참고로 여기 연장들이 좋다. 버거 커팅엔 돈까스칼 말고, 딱 봐도 예리하게 생긴 칼 사용을 추천한다. 돈까스칼로 썰다가 성질 버릴 뻔했다. 나의 인성을 위해 연장은 잘 드는 녀석으로~ ;)
ADE & SODA : 오렌지 에이드 Orange Ade 7,000원
Tea, Steven Smith Tea Maker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 : No.18 British Brunch 브리티시 브런치 6,000원
Blend Black Tea, Assam Tea 인도 아삼 두물차, 실론 딤불라, 실론 우바, 중국 기문차
오렌지 에이드는 대실망이었다. 차라리 콜라를 시킬걸 그랬어. 이렇게 밍밍한 에이드는 처음 먹어본다. 레몬 담근 물도 이것보단 괜찮을 것 같은... 이날 이후로 오렌지나 산뜻한 과일향이 첨가된 음료를 마실 때면 이것보다 얼마나 나은지 얘기하게 된다.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의 브리티시 브런치라는 홍차는 역시 생각한 대로의 맛이었다. 처음 보는 메이커의 차였지만, 시원한 아쌈이 어울리지 않을 리 없는 식사였다. 아이스라서 티백을 넣은 채 계속 마셔도 괜찮았다. 게다가 아마도 이 메뉴판을 통틀어 가성비가 가장 좋은 음료가 아니었을까 싶다. 유일하게 그 가격이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았던 메뉴였다.
주린 배로 몇 번이나 음식이 나오는 곳을 기웃댄 끝에야 우리 상으로 오른 버거 두 접시. 접시가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많이 뜨겁진 않았다. 그냥 따뜻한 정도. 치즈를 녹이니까 접시를 데워준 건가 싶었는데, 치즈는 이미 굳어 있었다. 맛은 있었지만, 원래 이런 건지, 실수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헬스 키친 버거 Hell's Kitchen Burger 31,000원
모짜렐라 치즈, 로스티드 할라피뇨&토마토, 아보카도, 할라피뇨 아이올리
Mozzarella cheese, Roasted jalapenos, Avocado, Roasted tomato, Jalapino aioli
시그니처인 듯한 헬스키친버거. 패티와 치즈, 토마토를 비롯한 채소들이 들어 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햄버거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 풀색으로 짓이겨진 듯 보이는 게 구운 할라피뇨인데, 별로 매큼한 느낌은 없다.
아보카도 복불복은 다행히 불복은 아니었다. 어느 유튜버는 굉장히 녹진하다 했고, 인터넷에 후기를 남긴 누군가는 후숙이 전혀 되지 않아서 아삭아삭하다 했는데, 우린 그 중간 정도는 됐다. 식감이 없진 않았지만, 너무 덜 익어 비릿하진 않은 정도. 패티는 생각보다 덜 익혀서 나온 것 같다. 레어에서 아주 살짝 더 익힌 정도여서, 조금 더 익혀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포레스트 버거 Forest Burger 33,000원
그루이어 치즈, 머쉬룸 라구, 포르치니 마요네즈, 루꼴라, 상하목장 유정란
Gruyere Cheese, Mushrooms ragu, Porcini mayonnaise, Rucola, Sanghafarm fertile egg
버섯이란 식재료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망설였지만, 소고기 패티 버거를 먹고 싶기도 하고, 루꼴라를 좋아하기도 하고, 입을 모아 다들 괜찮다기에 시킨 포레스트버거. 개인적으로 버거에 계란 후라이가 들어가는 것도 취향은 아니다.
커팅. 상하목장 유정란이라더니, 진노랑 노른자가 흘러내렸다.
일체감이 돋보였던 햄버거. 머쉬룸 라구에 포르치니 마요네즈라 버섯맛이 너무 강할까 걱정이 됐는데, 치즈와 크리미 한 마요네즈 덕인지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버섯향은 버섯 크림수프에서 느껴지는 정도의 은은한 수준이었다. 고소한 루꼴라와 계란과의 조화도 썩 괜찮았다. 패티의 굽기 역시 적당했다. 여기서 아쉬운 건 치즈가 굳어있다 정도였지만, 맛있어서 봐주기로 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먹으면 이렇게 나온다. ~(((@ㅅ@)))~
확실히 비싸다. 기분상 각 만원은 빼줘야 적정하지 않을까? 물론 맛은 있었다. 하지만 햄버거라는 음식 자체에서 오는 한계가 있지 싶다. 층층이 쌓아서 손에 쥐어들고, 크게 덥석 덥석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이 메뉴의 본질상, 이 음식은 아무리 천천히 먹는다 해도 30분을 넘기기가 어렵다. 사이드 메뉴까지 추가한다면 코스요리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인데, 그렇게까지 내게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회의적이다. 경험치 증진 차원에서 잘 먹어봤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먹어볼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라면 먹어보길 추천하고, 조금이라도 만족도를 높이려면 그냥 웨이팅 말고, 예약을 추천한다. 가뜩이나 식사 시간도 짧고, 나쁘지 않았다곤 해도 쾌적한 식사 공간이라 하긴 부족한데, 이걸 언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후다닥 먹고 나오면, 아무래도 평이 박해질 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하튼 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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