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도 좋아하지 않지만, 과일은 훨씬 덜 먹는다. 쌈을 싸 먹는다든가, 샐러드를 해먹기도 하니까 채소는 장 볼 때 사는 편인데 과일은 내 돈 주고 사는 경우가 별로 없다. 특히 껍질을 칼로 깎아 먹는 과일은 사 본 적이 없다.
작년에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게 할당되었던 사과 세 개. 받고서도 한참을 묵히다가, 그래도 썩혀 버리는 건 영 찜찜해서 해치워야겠다 싶어 "신뢰의 백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백선생님께선 사과 4개(1kg), 물 2컵(400g), 레몬주스 1/2컵(75g), 황설탕 1과 3/4컵(30g)을 준비하라 하셨지만, 나는 본디 레시피를 따르지 않으며, 참고만 하고 내 멋대로 만드는 편이라, 일단 영상을 시청한 후 내 멋대로 사과조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과는 세 개가 있으니, 있는 거 몽땅 쓰기로 했다. 다행히 아직 물렁하진 않았다. 받고 방치한지 제법 오래됐었는데... 신기했다.
백선생님께서 감자칼로 깎으시기에 나도 따라서 샤샤샥.
적당히 춉춉춉춉 썰어주면 된다. 크기나 두께는 자기 마음대로. 맛있는 사과라더니 제법 달았다.
석석석 똑똑똑똑 무한히 썰어주기.
조그만 편수 냄비 한가득. 황설탕을 하라 했는데 없어서, 하얀 설탕을 넣고, 흑당 시럽을 추가해 보완해 보기로 했다.
레몬즙 있으니까 넣고, 계피가루 적당히 넣은 뒤 가스레인지로 이동.
급할 거 없으니 물은 넣지 않고, 약불로 천천히 졸여 주기로 했다.
뚜껑 닫고 약불 위에 방치.
약불에 하고, 사과에서 물이 나와서 그런지 그닥 저어주거나 해야 하는 건 없었다.
20분 정도 지나니 때깔이 좀 바뀌고 있다.
50분 정도 졸여서 완성. 새콤하다 싶으면 중간에 설탕을 더 넣어줘도 된단다.
돼지군에게 줄 건 예쁜 스타벅스 도자기 용기에 넣고, 남은 건 밀폐용기에 넣어줬다.
바닐라 푸딩이 들어있던 용기였는데, 엄청 작아 보이는데,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간식에 곁들여 본 사과조림.
도드라지는 맛은 없지만 찐득한 마스카포네 치즈랑 찰떡이다.
다음날엔 샐러드에도 곁들여봤다.
드레싱으로 만들어도 훌륭하고, 의외로 고기와 먹어도 잘 어울린다. 언젠가 "서양 사람들은 칠면조 고기와 쨈을 함께 먹는다" 해서 '괴식이다 '싶었는데, 의외로 달달하고 상큼한 것과 고기 조합도 괜찮은 것 같다.
요모조모 쓸모가 많아 좋은 재료일텐데, 확실히 난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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