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광장시장을 찾았다.
국내 약국 중에 가장 유명한 보령약국에 볼 일이 있어 들른 김에, 모처럼 식사를 시장에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
보령약국 맞은편 즈음에 있는 문으로 입장.
익히 알고 있는 이런 분위기의 빈대떡 점포는 안쪽으로 쭉 들어가 중간쯤은 가야 나온다. 이것도 이 맛이 있긴 하지만, 등받이가 없는 자리는 영 불편해서 식당에 앉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들어온 입구 왼쪽 라인에 있는 박가네 빈대떡. 들어서서 얼마 걷지 않아 눈에 띌 만큼 입구 쪽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 가려고 딱 정하고 왔는데, 앞 즈음이 되자 김밥이랑 빈대떡 먹고 가라 하시더라.
메뉴가 다양한 것보단 단출한 편이 왠지 믿음이 가지만, 신뢰의 상징 "모범음식점" 표식을 발견하니 일단 마음을 놓고 주문해 보기로 했다.
지평 막걸리 4,000원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건만 막걸리에 손이 가는 돼지군 ㅋ
개인적으로 막걸리의 텁텁함을 선호하지 않아서 이렇게 맑게 마시는 게 좋다. 달큰하고 시원해서 깔끔하게 먹기 좋았다. 언젠가 전주에 갔을 때 한 주전자 가득 맑은 막걸리를 담아 팔았었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다.
고기빈대떡 8,000원
고기가 들어가서 기본 빈대떡에 비해 3천 원이 더 비싼 고기 빈대떡. 굉장히 바삭하고, 파는 것 치고 고기가 제법 많이 든 편이라 난 마음에 들었는데, 돼지군은 영 탐탁지 않은 듯싶었다. 고기가 좀 더 두툼하게 들어가면 좋겠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듯.
육회김밥 9,000원
광장시장의 수많은 육회집과 못지않게 수두룩한 빈대떡집들 중 박가네 빈대떡을 찾은 이유가 바로 이 육회 김밥이었다. 고기는 정의라 외치는 고기테리언임에도 날고기는 불호인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잘 먹지 않는 메뉴가 육회인데, 이 정도면 나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예상은 적중했고, 내 몫을 충분히 먹어낸 덕에 돼지군에게 뿌듯함을 남긴 한 끼가 될 수 있었다. 종지엔 육회 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계란 노른자를 고추 간장에 곁들여 내어 왔고, 다른 한 칸엔 하얀 소스가 있었는데, 마요네즈랑 간장, 와사비, 청양고추를 섞은 것 같았다. 참치마요 느낌을 육회로 구현한 건가 싶다. 그냥도 먹어보고, 계란만 찍어도 보고, 마요 소스만 찍어도 보고, 둘 다 찍어 먹어 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은 노른자 푼 것만 가득 묻혀 먹는 거. 그다음이 노른자 푹 묻히고 마요 소스도 찍어 먹는 거 순이었다. 생각보다 육회 비중이 커서 충분히 육회 맛이 느껴지면서도, 육회에 환장하지 않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물론 육회를 입안 가득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육회비빔밥 보다 이렇게 먹는 게 육회를 먹은 기분이 들 것 같다. 손님 중엔 혼자 와서 육회 김밥 하나만 먹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 먹고 나가는 그런 느낌으로다가.
음식을 하나 더 시키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고, 이대로 끝내기엔 부족한 그런 양이었다. 여기서 식사를 마칠 요량이면 뭐든 하나 더 시키는 게 맞았을 테지만, 다른 걸 또 먹을 계획이 있어 이번엔 여기까지만 먹기로 했다.
신기하니까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간 거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돼지군은 육회를 여러모로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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