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에 밀키트나 배달음식이 성업 중이라 한다. 덕분에 원래 배달을 안 하던 집들도 배달앱 등과 연계해서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거나 밀키트를 내놓기도 하더라. 그보다 좀 더 앞서서 식당들이 택배 배달을 하기도 한단 얘긴 들었다. 그렇지만 '직접 가서 먹으면 되지, 뭘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집에서 먹나?' 싶어 그리 먹어본 적이 없었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배달음식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집에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되던 어느 날, 돼지군의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퇴근길 나보다 먼저 집 앞에 버티고 있는 스티로폼 박스 하나. 꽤나 묵직했다.
그 정체는 동선이 맞지 않아 좀처럼 먹을 수 없던 신림동 백순대. 신림동 빼곤 순대타운 하면 보통 빨간 양념의 순대볶음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생각났는데, 이거 하나 먹자고 신림동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 계속 미뤄지기만 했더랬다. 결국 이렇게 집에서 받아보게 되는구나.
스티커부터 제거하고 박스를 뜯는데
뿌개졌다.
뚜껑을 뜯어내니 박스 안엔 빼곡하게 내용물이 채워져 있었다.
양지순대타운 3층 303호 호남댁. 신림동 백순대 배송 식당들이 여러 곳이 있는데, 그중 가장 깔끔해 보이고, 평이 좋은 곳을 고른 거라 하더라. 조리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든든.
야채와 참기름, 빨간 양념, 순대랑 부속물, 깻잎, 단무지로 구성되어 있다. 못 먹는 건 아이스팩 두 개랑 설명서.
깻잎은 따로 있어서 안 들었나 했는데, 야채 봉지에도 들었구나. 야채를 직접 손질하면 남는 게 골치 아파서 이렇게 다양하게 준비하기 힘든데, 이런 게 좋겠다 싶었다.
시키는 대로 양배추가 아래로 오게 해서 쫄면이랑 야채들을 올리고, 소금 참기름을 부어 줬다. 야채엔 이미 들깨가루가 묻어있다.
순대랑 부속물도 함께 넣어 볶볶. 혼자 먹어야 하니 적당량.
찍어 먹을 양념도 준비.
물론 식당에서 철판에 볶아먹는 거에 비하면 살짝 아쉽지만, 집에서 간편하고 푸짐하게 즐기기엔 좋았다. 백순대의 백미는 역시 볶아진 쫄면 ( '▽`)b 이거지!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까지 ;)
살짝 눌어붙게 하는 게 포인트.
이건 2회 차.
남더라도 편하게 다시 먹으려면 만들어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단 다 볶기로 했다.
이번 회차엔 볶음밥 없이 백순대만으로 배를 채웠다.
약간 야끼소바 느낌이 나기도 ㅎㅎ
결국 다시 데워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 넣었다가 또 먹었다. 야채만 조금 추가하면 넷이서도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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