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宗敎)

雜談 주절 2011.10.16 23:30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이나 종교는, 인간이 보다 평온한 삶을 살고자 스스로 만들어 낸, 실체 없는 무언가라 생각한다
그러니 아주 먼 옛날 원시시대엔 동물이나 나무 등을 믿고, 어디에선 알라를, 어디에선 하느님을, 마리아를 섬기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어떤 대상을 흔들림 없이 믿을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언제나 기댈 수 있고, 붙들 수 있는 대상이 확고하게 있다보면, 확실히 보다 심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종교라는 것에 꽤나 회의적인 내게도, 주말마다 예배당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건 아니었지만, 어린이에게 교회란 공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고만고만한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뭉치게 되고, 소풍이나 체육대회, 달란트 잔치 등 흥미로운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행사들 중 으뜸은 당연히 교회에서 맞는 성탄절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다녔던 교회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어둑어둑한 교회의 다소 경건한 분위기 안에서
그간 준비한 찬송이나 연극을 선보이기도 했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의 느낌은 어렴풋하게나마 남아있다

이렇듯 추억 속의 교회란 곳은 나쁜 곳이 아니었고
내 세계관이나 가치관과 충돌하는 면이 있긴해도 특별히 안 좋은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명동을 들를 때마다 마주치는 소음에, 간혹 지하철을 횡단하며 믿음을 구걸하는 누군가, "도를 믿으십니까?"보다도 심하게 들러 붙어선 믿음을 강요하는 사람들, 간간이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성직자의 망언이나 비리 등의 범죄 소식까지..
특히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수십분 혹은 수십미터를 따라오며 자기 얘기만 해대는 건,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이렇게 쌓인 감정은, 내가 닿지도 않을 높은 자리 누군가의 범죄 뉴스보다도 직접적으로 종교에 대한 시각을 새로 하게 했다
전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옹호하던 부분도 그냥 입을 닫고 넘기는 일이 많아졌고 
종교색을 심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보면 괜히 불편해서 거리를 두기도 했던 것 같다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다 교회를 거치다 보니, 종교 얘기가 너무 교회 쪽으로 치우쳐 버렸다
이러저러 하다보니 교회에 대한 인식이 어릴 적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기독교라면 학을 떼거나 하진 않는다
따지고 보면 여타 종교와 비슷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어느 집단에나 이상한 사람은 있는 법이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보면 종교인들이 기부도 많이 하고, 해외나 지역사회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루하루를 건실히 살아가는 누군가가 신실한 종교인임을 알았을 때,
어려운 시절을 노력과 종교의 도움으로 헤쳐 나올 수 있었다는 진솔한 고백을 듣고 나면
그 사람과 그 믿음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혹은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신념이 무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믿음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신념도 존중해야 하는 건 정말 당연한 것 같은데..
모두가 내 마음같진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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