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장엔 족발집들이 더러 있지만, 유독 와글와글 모여있는 권선종합시장.
메인 입구에 있는 비교적 넓은 통로 라인엔 지난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가봤던 광자네 업장이 꽤 많았다. 권선시장 큰손인 모양. 당시 '처음이니 가장 잘 되는 데 가보자' 싶어 고른 데였고, "족발은 앞발"이니까 둘이 갔는데도 33,000원 하는 족발 大자를 먹었다. 공덕동 스타일로 족발을 시키면 순대와 국물이 함께 나오는 게 좋았다.
검색으로 식당을 정했던 첫방문과 달리, 이번엔 직접 눈으로 보고 땡기는 델 들어가 보기로 하고,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전에 봤던 넓은 통로 하나가 전부인 줄 알았더니, 다른 라인엔 비교적 규모가 작은 가게들이 다다다닥 늘어서 있고, 더 안쪽으로도 더 있었다. 반도 안 본 거였다니?! ((OoO))!!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어서인지, 아니면 임시공휴일인 탓인지 쉬는 가게들이 제법 있었고, 열린 곳들 중 괜히 느낌적인 느낌이 괜찮은 곳 하날 골라 잡았다.
그렇게 선택된 한길순대. 카카오맵(다음)에 등록된 이름은 "권선시장한길순대족발"인 모양. 네이버랑 구글에선 "한길순대"로 검색하면 나온다.
맞은편에도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곳으로 안내받았다. 이미 식사 중인 분들이 계셔서 내부 촬영은 생략했는데, 네댓 테이블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족발은 비교적 비싼 음식이었는데, 요즘 외식물가가 터무니없이 올라버려서 어느샌가 그 뉘앙스가 많이 희석됐다. 한길순대도 여느 족발집들처럼 大가 앞발, 中이 뒷발이었는데, 사장님께서 둘이 먹는 거면 中자로 충분할 거라 하셔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원래도 大를 시키면 둘이 먹기엔 양이 많은데, 순대와 국물을 주는 이 동네 특성상 확실히 큰 건 무리긴 할 테니... 광자네 갔을 땐 별생각 없이 평소처럼 大를 시켰다가 남은 족발을 싸와서 저녁에도 아쉽지 않게 먹었다.
족발 하나 시켰을 뿐인데, 이렇게나 화려해져버린 밥상 비주얼. 왼쪽부터 상추와 고추, 허파, 간, 순대, 배추 겉절이, 마늘장아찌, 새우젓, 쌈장, 순대용 고춧가루 소금, 무말랭이 순. 상추랑 마늘 밑동도 깔끔하게 잘 손질되어 있었다. 반찬이랑 양념이 온통 빨간 게 아닌가 싶지만, 메인엔 고춧가루가 전혀 안 들어가니까 상관없지.
방금 썰어 따끈한 순대 한 접시. 순대가 5,000원이던데, 요즘 시세 생각하면 이 정도 나와도 많이 주는 편 아닌가?
사이드를 맛보며 슬슬 기대감을 올리고 있을 때 술국과 족발도 차례로 상 위에 올랐다. 3만원짜리 한 상이 이렇게 푸짐하다니... 족발 먹으면서 가성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
소주 5,000원
요즘 소주 5천원이면 양반이지.
다대기가 알아서 풀어져 붉게 나온 술국. 뚝배기에서 보글보글하다 보니 알아서 잘 섞이더라. 건더기도 섭섭지 않게 들었던데, 2만 원짜리 술국엔 대체 얼마나 들었을지 흥미진진한 부분 ㅋ 제법 식고 양이 줄었을 무렵 말없이 가져 가셔선 오른쪽 사진처럼 두둑하게 리필까지 해주셨다. 상냥킹 d('▽` ) 본 업장 맞은편에 위치한 별실 느낌이라 챙기기 쉽지 않을 법도 한데, 틈틈이 필요한 게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서 살뜰하게 챙겨주시더라.
족발 中 30,000원
고소한 참기름 냄새 뿜뿜 풍기며 등장한 따끈한 족발 한 접시. 잡내없이 담백하게 잘 삶은 족발이었다.
맛도 괜찮았고, 구성도 좋았고,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서비스에 기분까지 좋아지는 식사였다. 가격도 요즘 기준에선 인당 만 5천 원이면 혜자라고 밖에 할 수 없고, 당연히 지역화폐인 수원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여러모로 거리낄 것 없이 추천할만한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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