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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화기

雜談 주절/移動 모발 (mobile)

by 눈뜨 2021. 12. 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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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애니콜 슬라이드폰 SCH-E170. 처음으로 가져봤던 메이저 제조사의 주력 라인 모델이었다.
딱히 이 제품이 전부터 갖고 싶다거나 사달라고 졸랐던 건 아니었다. 아주 어릴적엔 과자나 우유 따위를 사달라 조른 적이 있다지만, 내가 어렴풋이나마 기억하는 나이 이후로는 부모님께 뭐가 갖고 싶다며 사달라 한 적이 없다. 교육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었기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 2003년 말 즈음 엄마랑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가판대에서 마침 휴대폰 판촉을 하고 있었고, "사줄까?" 하기에 바로 "응"하는 바람에 얼결에 손에 넣게 되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반자동 슬라이드 형식에 64화음 멜로디를 최초로 적용한 기종이었으며, 내장 카메라로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무려 262K Color LCD를 사용하여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제품이었다. 지금 보면 다소 과장스러운 호들갑처럼 보이는 소개지만, 당시엔 안팎으로 "최초"로 무장한 사기캐였던 것. 덕분에 학교에 들고가니 초절정 인기템이었고, 배터리는 수난을 겪어야 했으며, 그리 친분이 없는 동창들의 셀카도 갖게 되었다.

모토로라 모토글램. 나의 첫 스마트폰이었다.
당시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폰 보단 애플의 아이폰 점유율이 지배적이었지만, 위젯도 쓰고 제조사 선택의 폭이 넓은 안드로이드 쪽이 취향이었다. 뭔가 소비자를 대우해주지 않고 멋대로 굴지만 인기있는 것도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객을 받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 돈 쓰고 홀대받는 건 언짢달까?
피쳐폰 시절에도 애매하게 전화기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통신사별로 제공하는 인터넷 브라우저 비슷한 게 있었고, 무료 영화예매권을 주는 등 소소한 이벤트를 하기도 했으며, 은행에서 유심 같은 걸 받아다가 모바일 뱅킹을 통해 일부 간단한 은행업무가 가능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후로 확실히 컴퓨터로만 할 수 있을 것 같던 일들을 전화기로 하게되지 않았나 싶다. 트위터가 흥했고, 티스토리 앱은 없어도 뭔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포스팅을 할 수 있긴 했다. 불편해도 전혀 안 되진 않았던 신기한 시절이라 이것저것 시도를 했었고, 덕분에 내 블로그상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엑박 몇몇을 남기게 되었다. 그땐 잘만 보였는데, 어느 순간 보니 사진들이 사라져 버렸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문충이는 알 길이 없다.
지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터치스크린이 신문물 느낌이었던 당시엔 터치 인식 방식이 정전식이 편하다, 감압식이 좋다 따위의 논쟁도 있었다.
편하지만 오히려 불편한 시기를 지나 이젠 진짜 핸드폰으로 뭐든 하는 시대가 왔다. 뭣보다 마음에 드는 건 지갑없이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거. 덕분에 삼성페이가 나온 뒤로는 갤럭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페이 만세 ㅋㅋ
이상, 하드 털어 나온 옛날 전화기 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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