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에서 간단한 요기 후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다들 찾아오면서 불안하다더니, 그 사실을 알고 왔음에도 불안한 요상한 위치에 카페가 있단다. 대경빌딩 5층.
요리 보고 조리 봐도 공장이나 사무실만 있을 것 같고, 그냥 막 들어가면 혼날 것 같은데, 여기가 맞다니 용기를 갖고 들어가 봤다.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올라가다 보면 반가운 입간판을 만나게 되고
이 즈음 오면 왼쪽 하얀 문에서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확인하곤 안도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데다 가게를 낼 생각을 한 걸까? 을지로에 숨어있다던 카페들은 숨어있는 축에도 못 들겠다. 영업일도 고정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고, 베이커리 메뉴도 그때그때 바뀌니 미리 인스타그램 확인이 필수다. 식당들도 그렇고, 요즘엔 인스타그램으로 공지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하나 (ㄱ-) 왠지 싫은데 ㅋ
문 하나 열고 들어왔을 뿐인데, 완전 딴 세상이다.
진정한 원테이블. 의자도 다섯 개가 전부였다. 옆에 공사 중이고, 병원 건물 뷰라 풍광이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창이 큼직한 덕에 답답하지 않았다.
이번에 갔을 때 진열된 메뉴는 이렇게 세 가지. 셋 다 딸기를 얹고 있었고, 크림이 들어가는 먹거리들이었다. 어렵게 찾아온 만큼 가장 화려해 보이는 걸로 시켰는데, 우리가 머무는 동안 본 손님들 모두 같은 생각인지, 베린 피스타슈 프레즈는 꼭 주문하더라.
음료는 커피 하나, 차 하나. 카늘레가 있었으면 하나 먹어봤을 텐데, 틀만 있어 (T^T)
앉아있을 땐 잘 못 봤는데, 이제 보니 벽에 붙은 데 써 있는 503이 드엠 호수인 모양이다. 정체성은 파티세리였어?! 영업은 일주일에 사흘만 한다던가? 일단 토요일엔 하는 편이라는 것 같았다.
음식과 음료는 자리로 가져다 주신다. 먹고도 그냥 두고 나가면 되는 시스템. 자그마한 영수증에 품목별로 이름과 가격이 표시되는 게 신기했다.
COFFEE : Cafe 카페 (프렌치프레스 방식으로 추출) 4,000원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 답게 조금은 미끈한 느낌의 커피. 첫맛은 '오, 괜찮다!'였는데, 이상하게 먹다 보니 씁쓸하고 살짝 아쉬운 느낌이었다.
TEA : Rouge d'automne the noir 떼 누아 (블랙티, 카카오, 아몬드) 6,000원
달큰하고 향긋한 홍차. 커피보다 음식과 잘 어울렸는데, 좀 더 진하게 우려도 좋을 것 같았다.
verrine pistache fraise 베린 피스타슈 프레즈 9,000원
농후한 피스타치오 크림과 단짠 크럼블이 잘 어우러지는 디저트였다. 생딸기가 조각조각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다른 재료들이 맛과 향이 강하다 보니, 딸기도 콤포트로 들어갔으면 진득하게 어우러지지 않았을까 싶다.
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흠칫 한 건 사실이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싸다곤 못하겠지만, 품과 공이 들어갔으리라 짐작이 가고, 맛있는 게 먹고 싶을 때 간혹 생각날 것 같다. 다음에 갔을 땐 피낭시에나 카늘레 같은 것도 팔았으면 좋겠다.
[여담] 까눌레, 휘낭시에가 아니라 카늘레, 피낭시에란다. 이왕이면 표기법에 맞춰 써주자 싶어 쓰긴 하는데, 뭔가 느낌이 안 산다. 짜장면 자장면처럼.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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