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의 아그네스

文化 우와 2008.12.21 05:06

어느덧 연례 행사가 되어 버린 연극 보기. 항상 이맘때면 한편 이상씩은 보게 되는 것 같다

이제껏 가벼운 것들만 보아 왔는데, 이번엔 '신의 아그네스'라는 웃음기 쪼옥 뺀 연극을 보게 되었다

연극을 보려면 대학로로 가야지~♪

아니, 이게 뭔가?? 대학로를 안 가시겠다는겨??? 순간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추스르고 성대에서 내리기로 했다

가는 길에 봤던 가장 거~한 볼거리. 판타지움 옆을 지키고 계신 간달프님. 거~하게 한잔 들고 계셨다

설치극장 정미소
방통대 옆 골목으로 들어가 디마떼오 골목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어 쭈욱 가다보면 정면에 보인다
무슨 교회 옆에 있다고 해서 교회 건물만 뱅글뱅글 돌다가, 하마터면 늦을뻔 했다

간판이 현수막이라더니, 이 소리였구나. 포스터 포스가 굉장하다. 역시 지금껏 봤던 것들과는 다를 듯

내부로 들어가서 대기실(?) 왼편에 보면 책상 같은 게 놓여 있다
오른쪽 서랍 같이 생긴 곳에 팜플랫인가 했는데, 보이는 게 전부였다
팜플랫은 3천원인가 하고, 안내데스크(?)에서 판매한다

가운데로는 이렇게 긴 테이블이 두개가 놓여있었다
이건 다 끝나고 나와서 찍은 사진이고, 우리는 좀 늦게 도착해서 사람들이 한가득 있었다

저 문이 바로 공연장 입구
작품이 작품인지라, 공연장을 찾으신 분들의 연령대도, 이제껏 보아 왔던 연극과는 사뭇 달랐다
평균 연령이 두배 언저리는 될 것 같았다

공연장 입구 오른편에 좌석배치도가 붙어 있었다

우리 자리는 7열 11,12번. 돼지군이 큰맘 먹고 R석으로 예매했는데, 자리가 영.. 구석탱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앞에 두자리(6열10,11)가 비어 있었다는 점 ^^

가로로 좁고 세로로 긴 형태의 좌석배치였다. 어딘지 묘~한 분위기의 극장이었다
무대가 퍼렇고 어두운 게 잘 보이지 않았다
불이 켜지고 보니 투명 아크릴 의자 두개가 놓여 있었고, 오른쪽 의자 옆엔 길죽한 탁자 비슷한 게 있었다
공연 시작 전, 관계자가 올라와서 휴대전화를 꺼둘 것과 촬영이 금지라는 점 등을 이야기하고 내려간다

열심히 정극(?) 감상 도전!!을 외쳤으나, 내겐 조금 버겁지 않았나 싶다

신의 아그네스에는, 법의학자인 닥터 리빙스턴과 수녀인 아그네스, 그리고 원장 수녀님
이렇게 세 사람만이 등장한다

법의학자 역을 맡은 윤석화씨. 굉장히 유명한 연극배우시라는 소리를 듣고 내심 연기를 기대했었다
원래 리빙스턴이 어떤 스타일의 캐릭터인지 몰라서 그런지, 첫 등장을 본 나는 조금 실망했다
이제껏 보아왔던 연극에서 여배우의 포스에 압도 당한 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첫째였다
그런데, 연극 내내 줄담배를 피워 버려서인지, 아니면 오랜 연기 세월 덕인지
목소리가 조금은 막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긴... 대사가 굉장히 많은 역할인데다, 담배까지 줄곧 피어야만 한다는 걸 생각하면
목소리가 멀쩡한 게 더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기적인 작가 같으니..)
처음엔 책을 읽는 것도 안 읽는 것도 아닌 듯한 독특한 어조가 껄끄럽게 느껴졌다
다큐멘터리 나레이션과 비슷한 것 같기도,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한, 그야말로 특이한 말투였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신기하게도 사람을 몰입하게 하더이다
결과적으로 뭣보다 아쉬웠던 건
유명한 연극배우이신만큼, 외적으로 심한 기복을 표현하는 연기를 볼 수 있길 기대 했는데
리빙스턴은 배우의 모든 면을 보여줄만큼 친절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내 이목을 집중시켰던 캐릭터는 아그네스였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 그런만큼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인 것 같았다
오늘의 윤석화씨를 있게 해 주었다는 아그네스 역의 힘을 여실히 느껴볼 수 있었다
더블 캐스팅이라던데.. 다른 분이 연기하는 아그네스는 어떨지 궁금하다

어딘지 푸근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깐깐해 보이시던 원장수녀님
대사 실수가 조금 많으셨지만, 배역과 정말 잘 어울리셨다


공연을 다 보고 난 느낌은, 뭔가 허망하달까?
신의 아그네스는 오랜기간 계속되어 오고 있는 공연이라 들었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내용 자체는 좀 뻔하다 싶었다
게다가 워낙 충격적인 사건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이런 건 별로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역시 극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리빙스턴이 추리(?)를 해 나가는 과정은 퍽 박진감 있게 전개 되었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추리극 종류의 연극도 꽤나 재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별다른 무대장치도 없이 3인의 대사로만 극이 전개되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전개 속도나 방식 면에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이질적으로 들려오는 번역체는 1시간 50분이란 시간 안에서 시도때도 없이 사람을 괴롭혀댄다
이 연극이 초연된 것도 스무해정도 되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좀 매끄럽게 다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연극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이런 뜻뜨미지근한 기분이 취향 탓인지, 본인의 능력 탓인지는
보다 많은 작품들을 접해 보고 난 이후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 오늘도 결론은 '돈을 벌어야 한다' 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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