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집에서만 먹던 음식이지만, 커가면서 밖에서 사 먹게 되는 음식이 있다. 내겐 김치찌개나 부대찌개가 그랬는데, 그런 음식 중 또 하나가 닭도리탕이다. 빨간 양념을 좋아하지 않아서 뽀얀 닭한마리가 더 취향이지만, 가끔은 또 양념 잔뜩 들어간 닭도리탕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서 유명하단 곳을 찾아보곤 하는데, 크게 만족스러운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이 정도면 평범하지 않나?' 싶다. 좀 더 별로인 걸 먹어본 다음에야 '그 집은 그게 괜찮았구나.' 싶은 것 같기도 ㅋ
근자에 찾았던 닭도리탕집은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다는 풍년닭도리탕.
이왕이면 본점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본점은 토요일에 장사를 하지 않아서 정동직영점을 찾았다.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지 널찍하고 한산한데 깔끔해서 식사하기 좋았다. 메뉴 특성상 소위 잘한다는 집은 노포가 많아서 자리가 불편하거나 청결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포스는 떨어져도 그 부분에선 편한 매장이었다. 메뉴판에 인쇄된 메인 메뉴는 닭도리탕 딸랑 하나. 해물파전을 파는 것 같긴 했는데, 그다지 맛있어 보이진 않았다.
닭도리탕 小 30,000원, 쫄면 2,000원, 막걸리 5,000원, 볶음밥 2,000원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 중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주종은 역시 막걸리였다. 요즘은 다양한 막걸리를 구비해 두는 곳이 많지만, 여긴 장수막걸리만 있었다. 흔해빠진 게 장수막걸리라 일부러 찾진 않지만, 가끔 마셔보면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라고는 한다. 대량생산하는 대기업 제품은 확실히 대중적이다. 탁주 특유의 텁텁한 맛을 즐기지 않아서 난 맑은 부분만 따라 마시는 걸 선호한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 먹던 닭도리탕은 찜닭처럼 국물이 자작하게만 깔리는 정도라서 처음 이렇게 흥건한 물에 퐁당 빠진 닭고기를 봤을 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여전히 찜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그런 경우가 더 드문 것 같다. 풍년닭도리탕의 닭도리탕은 맵기보다는 단 편이라 어딘지 국물 떡볶이 같은 느낌이 났다. 그래선지 쫄면사리와 잘 어울렸다. 오랜만에 한국인의 디저트라는 볶음밥을 챙겨봤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볶음밥을 시키면 보통 질척거리고, 대부분 김을 잔뜩 넣어서 무슨 국물을 섞든 다 비슷한 맛이 나는 경향이 있어,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시켜봤지만, 이번에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쫄면이나 떡을 더 먹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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