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대단히 대단한 순대 말고, 분식집 순대가 먹고 싶어졌다. 요즘은 떡볶이도, 순대도, 튀김도, 어묵도, 대단히 대단한 맛집들이 많지만, 간단하게 진짜 기본적인 분식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서 검색하다 걸린 압구정 변강쇠 떡볶이.
지도로 딱 봐도 그냥 아파트 근처 어디엔가 있는 분식집. 실제로도 어느 동네 상가에 있는 오래된 떡볶이집이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토요일 낮 12시의 동네 떡볶이집은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압구정 변강쇠 떡볶이는 떡튀순이 아니라 떡볶이, 오뎅, 순대를 간판에 박아놨다.
넓진 않지만,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분식집 내부. 압구정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오랜 역사 덕분인지 연예인들 사인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대부분 2010년대 초반에 받은 듯했다.
메뉴는 떡볶이, 순대, 오뎅, 튀김인데, 그걸 따로따로 혹은 범벅으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시스템. 범벅으로 먹으면 혼자 먹더라도 한 번에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문은 포장도, 매장취식도 키오스크를 이용한다.
방문 목적이었던 순대를 먼저 고르고, 그래도 가게 이름이 압구정 변강쇠 "떡볶이"니까 떡볶이도 조금 시켜보고, 떡볶이를 시켰으니 튀김도 1인분 하고, 비도 오고 보고도 거르긴 아쉬우니까 어묵도 하나 주문하기로 했다.
홀에는 우리 외에 두 팀 정도의 손님이 있었고, 포장 손님들이 꾸준히 들르더라. 오뎅국물은 입구 근처(사진 우측)에 있는 셀프코너에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수저랑 앞접시도 저기 가서 가져와야 한다.
모든 메뉴가 거의 동시에 나와서 상을 채웠다. 12시 넘어서 가게 앞에 도착했고, 주문을 마치고 앉은 게 10분경이었는데, 다 먹고 다음 갈 데 검색까지 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난 시각이 12시 반 즈음이었다. 패스트푸드 보다 훨씬 더 패스트푸드.
찹쌀순대 1인분 (내장많이) 4,000원
내장선택 옵션이 있었고 그중 "내장많이"가 있길래, '내장많이를 고르면 순대를 좀 덜 주고 내장을 더 주겠구나'하고 시켰는데... 이게 "많이"라면, 안 많이는 한 점씩만 먹는 건가? 허파랑 간만 몇 개 든 줄 알았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다른 것도 하나 들긴 했었나 보다. 그냥 딱 평범한 순대였다. 바라던 바라 그 부분은 괜찮았는데, 순대 비율이 좀 더 줄고, 내장 비율이 더 늘면 좋겠다.
쌀떡볶이 기본(2줄) 2,000원
가래떡 떡볶이. 쫄깃보단 말랑한 떡볶이가 취향이지만 간만에 먹으니 괜찮았다. 일반적으로 먹는 가래떡에 비해선 두께가 다소 가늘었다. 기본이 2줄이고, 1인분이 4줄이니, 이건 반인분인 셈. 맵지 않은데 많이 달지도 않은 떡볶이였다. 범벅이 주력메뉴라 그런지 국물이 두둑했다. 국물은 멀겋지 않지만, 진하지도 않다. 단데 덜 달고, 덜 단데, 단 맛이랄까?
수제튀김 1인분 (5개 선택) 4,000원. 오징어는 2개, 김말이, 새우, 야끼만두는 각 하나.
튀김옷이 두께감이 있고 단단한 스타일이었다. 떡볶이 국물이랑 같이 먹으라고 그렇게 만든 모양이다. 원래 튀김 중 오징어튀김이 최애지만 떡볶이집에선 김말이나 야끼만두가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김말이가 가장 나았다. 튀김이 맛있는 집은 아닌 듯.
부산오뎅 (1개) 1,000원
국물을 준다고는 해도 왠지 빠지면 서운한 오뎅꼬치. 어묵이 맞다지만 얜 오뎅이라고 불러야 더 맛이 산다. 음식은 편하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찬바람 맞으며 먹어야 더 맛있는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비 오거나 쌀쌀한 날 비닐막 안에 서서 한 꼬치씩 들고 매콤한 간장 푹 찍어 호호 불며 먹는 게 베스트. 비슷한 예로 컵라면이 있다 ㅋ
이렇게 해서 총 만천 원. 어묵을 뺐으면 딱 만원이구나. 옛날엔 만원이면 분식집에서 배 터지게 먹었었는데 이젠 소박하다 싶지만, 그래도 요즘치고 저렴한 편이긴 하다. 게다가 이 동네 물가는 더 비싼 편이니까, 오히려 이런 게 더 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유명한가?
당초 방문 목적대로 대단히 대단하진 않지만, 크게 모나지 않은 동네 분식집. 주민이라면 이따금씩 찾을만한 것 같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