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이 난 요즘
뭔가 밋밋하게 보내선 안 되는데, 사정상 여행이나 나들이는 불가했더랬다
이렇게 보내 버려선 안 된다는 강박감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인 공연 관람을 감행키로 했다
노래하는 콘서트는 원래 흥미가 없고, 뮤지컬보단 연극이 재미나기에 장르는 연극
머리 복잡한 건 딱 질색인 시즌인지라, 제1순위 덕목은 ‘웃긴 거’
게다가 마음 먹은 김에 후딱 보고 싶어서, 당일 공연으로 잡고 탐색에 들어 갔다
외출 동선까지 고려한 끝에 결정된 작품은
강남아트홀에서 시연 중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개그 쇼! 배꼽!!
옥션에서 보니 별 다른 절차(?) 없이 반값에 볼 수 있었고, 자리도 충분했고, 위치도 괜찮기에 검색을 좀 해 봤다
즐거운 관람을 위해선 내용을 알아선 안 되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알아 봤고
그 결과 아무 생각 없이 웃기에 그만이라는 정보를 얻어 냈다
그리하야 더 보지도 않고 예매하기 클릭!!
그나저나.. 강남아트홀? .. 강남역에 소극장이 있었던가??
강남역이라기에 일단 다 질러 버리고는, 뒤늦게 정확한 위치 파악에 나선 본인
약도를 보니, 위치는 강남역과 신논현역의 중간 쯤이고, 지오다노 옆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면 있단다
.. 전혀 있을 것 같은 위치가 아닌데..;;;
정말 있는 게 맞을까 싶은 의구심만이 피어 오르던 무렵, 골목(?)의 끝에서 화살표를 만났다
지난 날, 악몽을 맛 보여준 해물떡찜 집 바로 옆
제대로 왔구나. 이제 화살표 대로만 가면 만사 오케~!
화살표가 시키는 대로 착 돌아도, 역시나 공연장이 있을 법한 분위기는 아니다
화살표가 없으면, 그냥 지나쳐도 모를 위치
서초 초등학교 맞은 편에 있구나
두 번째 화살표를 따라 가면
건물 뒷문 포스 폴~폴 풍기는 공연장 입구를 대면하게 된다
배꼽 전용관은 강남 아트홀 1관! 2관에서는 배고파라는 연극을 할 거라고..
전석 2만 5천원
인터넷으로 예매하니 둘이 해서 2만 6천원(수수료 천원)이었는데..
이래서 연극이나 공연을 볼 때면,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알아 보게 된다
입구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배꼽이라고 쓰여진 흰 티가 벽에 붙어 있고
조금 더 내려 가면 공연 안내와 좌석 배치도가 붙어 있다
매표소 및 공연장은 이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었다
매표소가 밖이 아닌, 공연장 바로 앞에 달싹 붙어 있는 게 이색적이더라
공연 안내에 보니 1시간 전부터 표를 준다고 되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전이었기에 주변을 살짝 배회하다가
1시간을 조금 넘게 남기긴 시각, 표를 받았다
어딘지 어린이 창작 뮤지컬 느낌이 나는 디자인의 티켓
우리 자리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가운데
공연 시작까진 1시간이나 남아서, 목이나 축이고 돌아 오기로 했다
20분을 조금 못 남기고 공연장으로 컴백!
일찍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객석은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좌석은 자유석이라 선착순이라고 했는데, 왜 자리가 이렇게 뒤로 밀렸나 했더니
회사에서 단체로 보러 온 사람들이 있는 듯 했다
덕분에 이제껏 본 소극장 객석 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았다
연극은 영화에 비해 내용을 알아도 볼만 하다만, 그래도 최대한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해서 후기를 써 보련다
일단 호불호를 짚고 넘어가자면.. 좋았다
사람들의 말대로 생각 없이 웃기에 괜찮은 연극이었다
공연 시작에 앞서 안내해 주신 바와 같이, 작품성이나 예술성 따윈 안중에 없는, 오로지 웃음에 모든 초점을 맞춘 공연이어서
여느 연극들과는 달리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대신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 보고 있는 시간만큼은 얼굴이 땡길 만큼 웃어댈 수 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개그 쇼라는 기~다란 장르를 표방하는 배꼽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것 저것 안내 사항을 전달하고 워밍업(?)을 하는 부분과 미드 로스트를 패러디 했다는 1막, 영화 친구를 패러디 했다는 2막
9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공연 시간을 생각하면 독특한 구성이다
연극이라기 보다는 조금 긴 개그 코너 같은 느낌
덕분에 대학로에서 하는 웃찾사나 개콘 공연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더라
각 부분에 대해 살짝만 언급해 보자면,
공연 전 안내 및 워밍업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뻔한 듯 했지만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1막은 배우들이 바닥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고, 여러 모로 좀 답답한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자리가 자리였던 지라, 배우들이 앉으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스멀~스멀~ (-_-^)
본격 공연은 2막부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막은 2막을 위해 짜여진 듯한 느낌이었다
내용은 서로를 위해(?) 이쯤 하기로 하고, 자리랑 관련해서 팁(?이라기엔 뭣하지만..뭐 어쨌든..)을 드리자면..
강남아트홀 1관은 무조건 앞자리가 장땡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대가 높이가 전혀 없는 바닥이라, A열 바닥과 같은 높이다
게다가 열 간의 높이 차이가 충분치 않아서, 앞에 키 큰 분이 앉으시면 대략 낭패 (본인의 경우가 그랬다 ㅜ.ㅜ)
자리 배정은 선착순이라는 것 같으니, 일찍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본인은 일찍 갔음에도 자리가 별로였지만.. 아마도 그 날이 특이했던 듯 싶다
여튼, 웃음이 필요하다 싶으시면 당장 예매하시길 권하는 바이다 (^-^)
바닥엔 앉지 않았으면..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