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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네의 일기

文化 우와

by 눈뜨 2010. 7. 1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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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챙겨 보는 필독서 시리즈! 이번엔 ‘안네의 일기’다

소녀의 일기답게(?) 핫핑크 색상의 표지

안네의 일기는 나치를 피해 은둔 생활을 하던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장을 책으로 낸 것이다

일부러 수필이라고 쓴 게 아니라, 진짜 한 소녀의 개인적인 일상과 말이 담긴 글을 엮은 책이란 말에

남의 일기를 당사자 몰래(?) 본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아서 읽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그런 글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안네는 13살이 되던 생일날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꿈 많고, 고민 많은 사춘기 시절에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털어 놓았다

 

처음엔 그저 부유한 가정의 평범한 여자 아이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생일 선물 얘기부터 시작해서 일기장에 자기 소개도 하고, 친구 얘기라던가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

또 그 또래의 아이들이 갖는 감정 변화 따위를, 감수성 충만한 소녀의 어법으로 풀어 냈다

글을 읽어 나가고 있자면 꼭 내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착각이 드는 듯 했다

초반부에서의 안네가 속마음을 털어 놓는 부분, 특히 친구들이 많지만 자신은 외롭다는 등의 부분은

인터넷에서 소위 말하는 중2병의 증세와 흡사해 보였다

 

이렇듯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소녀의 일기는, 집으로 소환장이 날아 든 날을 기점으로 급변하게 된다

정든 집을 버리고 거처를 옮겨 은신처에서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은신처에서의 생활이 쾌적할 리 없다

식량은 부족하고, 운동도 여의치 않고,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끝을 알 수 없다는 막막함까지

심신이 괴로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은신 초반 그녀의 묘사에 따르자면 그 곳에서의 생활이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처한 상황 대비 밝은 생활은 안네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 아버지의 공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안네의 일기에는

이렇게 숨어 지내는 상황에서도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고, 시를 적어 선물을 주고 받고

자신보다 가족들, 함께 있는 사람들을 더 챙기는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묘사되어 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덕분에

물심양면으로 풍요롭진 못해도 피폐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치만 아무리 아버지의 보살핌이 있었어도

꿈도 많고,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10대 중반의 소녀에게

숨어 지내는 일이 아무렇지 않았을 리 없다

애써 전쟁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는 점이나, 갈수록 담백해지는 문투

그리고 조울증이 의심되는 심리 묘사 등에서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있는 소녀의 고군분투가 눈에 선했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보다 힘을 내 보고자 아등바등하던 안네의 모습은

한편으론 안쓰럽고, 한편으론 존경스러웠다

 

전쟁이 끝나면 네덜란드의 국적을 얻고, 커서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던 한 소녀는

결국 종전을 볼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과거의 독재자를 재조명하는 경우가 있다

더러는 그들을 예찬하기도 한다

무고한 생명들을 숱하게 앗아간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 될 수도

정당화 되어서도 안 되지 않을까?

 

 

 

안네의 은신처가 발각된 건 마지막 일기를 쓰고 사흘 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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