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강원도로 놀러 가면서
점심 식사는 횡성에서 한우를 먹어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검색 끝에 걸린 곳이 우가.
꽃등심과 차돌박이만 판매 하며
예약제로만 손님을 받고, 한 시간에 두 팀씩만 받는 곳이라고 한다.
보통 2주 정도 전에 예약을 하면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4일 정도 전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여러 블로그의 평가를 종합 해 보니 고기는 좋은 편이고, 맛있지만
사장님의 소고기에 대한 설명이 불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다 정도랄까?
미리 검색 해 본 덕택에,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대충 알고 갔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설명을 들으며 식사를 하고 왔다.
결론은 나중에 내리기로 하고 일단 살펴 보자.
둔내 톨게이트 근처에 위치한 우가.
정말 사람들 입 소문 없으면 모르고 지나칠 분위기의 가게였다.
가게 안에 들어 서니 벽 한 켠에 싸인들이 많이 걸려 있다.
호.. 배용준씨도 왔다 갔구나. 뭔가 가게 이미지랑 안 어울리는데..?
왠지 자리에 앉아서 설명을 들으며 고기를 먹는 모습을 상상 하니 재미있었다. ㅎㅎ
메뉴는 단순하다.
꽃등심 아니면 차돌박이. 육회는 미리 예약 했을 때만 가능 한가 보다. 가격도 없더라.
꽃등심이 100g에 28000원이고 부가세 별도이니 가격은 꽤 하는 편.
식사류로 토장찌개도 판매 한다.
술은 고기 맛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한 팀에 소주 한 병씩만 판매 하신다고.
상 차림은 간소한 편.
고기를 찍어 먹을 소스로 소금과 양념 간장이 준비 되어 있다.
우리는 일단 꽃등심 600g을 먹어 보기로 했다.
커다란 고기를 들고 들어온 사장님께서 고기에 대한 설명을 원하는지 물어 보셨다.
‘네 들어 보자구요’
고기는 잡은 이후 숙성의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우가에서는
본인이 개발한 방법으로 최대 25일 언저리까지 숙성을 하신다고 한다.
드라이 에이징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그 보다 나은 방법을 찾으셨다고.
오래 숙성한 고기가 맛이 있지만, 그걸 주문 하려면 최소 2주 정도 전엔 예약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먹은 건 17~8일 정도 된 거라고 했었다.
고기를 썰어 내니 와인색과 비슷한 색깔이더라.
두툼하게 썰린 꽃등심 두 조각. 한 조각에 대략 300g 정도 된다.
고기를 썰어 낸 후 겉 부분의 기름을 적당히 제거 한 후 저울에 무게를 재서 알려 준다.
잘 숙성 된 고기에서는 달달한 냄새가 난다며 맡아 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냄새가 나더라.
나중에 다른 곳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맡아 보니, 음.. 그냥 고기 냄새만 나더라. ㅎㅎㅎ
숯은 고기 본연의 맛과 향을 해친다는 이유로 300도로 달군 불판을 사용한다.
이 집 말고도 숯불 냄새가 본연의 맛을 방해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거나 숯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곳도 종종 있는데, 생각 해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싶었다.
한 시간에 두 팀만 받는 이유는 사장님과 동생 분이 직접 고기를 썰고 구워 드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여기서 부터 좋은 소고기는 웰던으로 잘 구워야 맛있다는 우가만의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이유인 즉 생고기보다 불에 의해 구워진 부분에서 맛이 발생하고, 그렇다면 맛을 극대화 하기 위해
속까지 잘 구워야 한다는 것이다. 잘 숙성 된 소고기는 웰던으로 구워도 질기지 않고, 고소한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건데, 꽤 그럴 듯 하다.
우가의 두 번째 특징이라면 등심을 근막을 중심으로 한 입 크기로 작게 자른다는 건데,
앞서 설명 한 것 처럼 바싹 익힌 작은 크기의 소고기에 대해서 저항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집은 추천 할 수 없을 듯 하다.
보통 이 정도 구우면 먹는 편인데, 사장님께서 한 점 주시며 일단 맛을 보라고 하셨다.
기름진 맛이 강하고, 입에서 녹는 느낌이 많이 나는 전형적인 좋은 등심 맛이었다.
안은 덜 익었기 때문에 피 특유의 숟가락 맛 같은 신 맛이 조금 나기도 했고.
하지만 우가에서는 더 굽고
더 굽는 다는 것. ㅎㅎㅎ
탄 것은 몸에 안 좋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문제 될 것 없다고 하시더라.
사실 이 부분은 확실히 공감이 된다. 늘 고기를 완전히 태워 먹으면 안 좋겠지만서도. ^^
이 정도가 우가 스타일의 잘 구어진 등심
소금은 찍어 먹기보다 살짝 뿌려 먹는 것이 균일하게 맛을 느끼기 좋단다.
자, 그래서 맛은 어떠했느냐?
씹히는 맛이 좀 더 있고, 기름진 맛은 덜 하고 고소한 고기 맛이 강했다.
이곳 사장님의 등심 맛의 철학은 아마 이런 것 인 듯 하다.
고기 맛이 좋은 부위를 제외 하고 나머지는
이렇게 파채 등을 익혀서
고기와 같이 양념 간장에 찍어서 먹었다.
다음으로 먹은 건 차돌박이.
차돌박이가 통째로 있는 건 처음 봤는데, 이렇게 지방층과 고기가 겹겹이 있어야 진짜 차돌박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양지를 차돌박이라고 하는 파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차돌박이 200g이 썰려서 다시 등장.
잘 구워 주자.
얇으니 금방이구나.
이 집 차돌박이 먹는 방법이 꽤 독특했는데,
반공기 정도 되는 초밥 한 덩어리가 같이 나오고 (천원씩 따로 추가 가능하다.)
간장과 와사비가 나온다.
그러니까 차돌박이 초밥을 해 먹으라는 거지.
생 와사비보다 가루 와사비가 더 맞는 듯 해서 일부러 사용 하신단다.
밥에 와사비 조금 올리고
간장을 바른 차돌박이를 올려 먹으면 되는데
꽤 맛있었다. 아무래도 차돌박이가 느끼한 편이니
초밥하고 함께 먹는 것이 궁합이 잘 맞는 듯 했다.
나머지 고기도 불판에 올려서
지글지글 구운 다음
양파 위에 올려 놓고 한 점씩 가져다 먹었다.
차돌박이 초밥은 고기 좋아 하시는 사장님 머리 속에서
나올 만한 아이디어 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토장찌개 작은 걸 하나 시켜서
밥을 비벼 먹으며 마무리 했다.
많이 짜지 않고 꽤 맛있었던 찌개였다.
자, 그럼 총 평을 해 보자.
일단, 사장님의 고기에 대한 열정 만큼은 칭찬 해 드리고 싶다.
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으셨다면, 가게를 키우거나, 손님을 더 받기만 해도 될 듯 한데,
어떻게든 본인이 추구하는 고기의 맛을 알리기 위해 노력 하시는 모습이 대단했다.
그럼 사장님의 소고기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 말 해 보자면
일단, 구워서 나오는 절대적인 맛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100%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 한다.
다만, 식감부터 피의 신맛, 좀더 기름진 지방 맛, 한 번에 씹는 고기의 크기 등도
맛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 한다면, 좀 아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과일도 익혀서 먹으면 더 맛이 좋아진다고 하셨지만, 단 맛은 강해질지언정
아삭거리는 식감도, 새콤한 맛도 떨어지게 된다.
즉, 음식을 즐기는 방법은 그 중심이 되는 맛을 극도로 끌어 올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의 고기의 맛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지라, 밥 먹으면서 반론을 펼치기도 애매하고
먹는 방법에 대해서 좀 강요 받는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 가게의
컨셉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수용 가능한 범위라고 본다.
우가는 '잘 숙성된 꽃등심을 숙련된 종업원이 부위별로 한 입 크기로 잘라 바싹 구워 주는 곳'
이라고 하면 될 듯 하다. 그러니 영 취향이 아니라면 다른 가게를 가는 것도 방법일 듯.
이런 부분을 제외 한다면 음식의 맛이나 가게의 위생상태, 사장님의 친절도 등
대부분의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말이 좀 길어지긴 했는데, 결론은 소고기 좋아 하면 한 번은 가 볼만 하고
마음에 맞으면 단골 삼아도 될 만한 고깃집이라는 것. ㅎㅎㅎ
나는 기회 되면 조만간 한 번 더 들려야지 싶다.
아.. 뭔가 긴 글이 되어 버렸네.-_-;
이렇게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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