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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爾 이 (영화 왕의 남자 원작)

文化 우와

by 눈뜨 2010. 5. 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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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할 정도로 뒤늦은 리뷰

쌓여 있는 포스팅 거리들을 날짜순으로 업데이트하다 보니 미처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준익 감독의 영화 리뷰(?)를 하다 보니 왕의 남자를 자주 떠올리게 되었고

여세를 몰아 지난 3월에 봤던 연극 이의 포스팅을 해야만 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

 

예술의 전당 두 번째 방문

김용걸과 친구들 공연 전 영상감상회 및 대화 모임 때 왔었으니 반 년이 조금 넘었구나

목적지는 토월극장

그 때는 영상물만 봤으니,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 관람은 처음이다

티켓을 받아야 해서 미처 외관은 찍지 못하고 들어왔다

구조가 익숙하다 했더니,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극장 용이랑 좀 비슷한 것 같다

극장 건물 디자인은 ‘둥글게 둥글게, 천장은 높게, 가운데는 통으로’가 대세인 모양

한 켠에는 주연 배우들이 큼직하게 나와 있는 연극 포스터가 세워 놓은 포토 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표 단디 들고 입장할 때까지 대기!

 

이제 들어 간다~!!

왕의 남자를 감명 깊게 본 터라, 대형 극장에 대한 안 좋은 추억에도 불구하고 선뜻 도전하게 된 연극 이

자리가 좋진 않은 편이었다. 2층에서도 맨 뒤. 그나마 가운데란 걸 위안 삼아본다

(2층 양쪽 사이드는 -안 보여서 그런지- 아예 비워뒀더라)

앞 좌석과의 간격이 조금 좁긴 했지만 예상보다 가파른 객석 덕분에 맨 뒤에서도 무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생생한 표정을 잡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얼굴 분간 정도는 가능했다

그래서 보통은 큰 무리가 없이 극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연극 이는 큰 무대에 오르는 작품 치고 표정연기 비중이 큰 편이었다

배우들이 큰 움직임 없이 표정만 미묘하게 변하는 연기를 펼칠 때면

그저 답답해하며 배우들이 짓고 있을 표정을 상상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정적이 길어질 때면 극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딘지 소외감이 들기도 하더라 ㅡㅜ

 

연극을 보면서, 영화와 비교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장생과 연산군의 비중 차이였다

영화에서는 장생의 비중이 연산군과 비교해서 월등히 높았던 것 같은데

연극에서는 공생이 원 톱이었고, 그 다음을 꼽자면 연산군이 아닌가 싶다

영화와 비교한다면 장생의 비중은 미미했다. 오히려 다른 놀이꾼들 비중이 더 높은 듯 했다

 

연극 이는 여러모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공연이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말해 보자면

 

1. 유명 배우들의 대거 출연

솔직히 연극 이를 예매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주년 기념 공연인 덕에 초연 배우들이 모였다고

 

특히, 영화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씨가 열연한 아름다운 공길이

까무잡잡하고 천상 남자답게 생긴 오만석씨의 배역이라는 점이 궁금증을 자극했다

 

교태스런 몸짓과 다소 과장된 얇은 목소리

본인이 상상하는 배우 오만석의 이미지 탓에 그의 연기에 적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적응이 되고부터는 역시 배우라는 생각과 함께, 그 간 해 왔던 TV드라마나 영화 속 배역이 이해가 가더라

또, TV를 통해서 볼 때는 좀 부담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연극 무대 위에선 그저 잘~ 생겼더라는..^^;

연기도 연기지만 뚜렷한 이목구비 덕에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이 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배우들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목소리들이 좀 탁하게 들리는 듯 했지만

유명 배우들답게 아쉽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 주셨다

다만, 연산군이나 내관 배역은 다른 캐스팅 배우들이 보다 싱크로율이 높았을 것 같았다

 

 

2. 신명 나는 놀이판

 

놀이꾼들을 전면에 내세운 극답게

커다란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왁자지껄 놀이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채쟁채쟁 둥두두두둥 각종 국악기들을 앞 세우고

상모도 돌리고, 겅중 겅중 뛰어 다니는 모습에 흥이 나는 건 물론이고

걸진 세태 풍자 몇 마디에 다들 넘어간다

이런 식이라면 마당극도 꽤나 재미질 것 같다

 

 

3. 조명을 이용한 무대 연출

 

다양한 무대 장치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조명이었다

따로 칸막이 따위를 설치하지 않고

조명을 적절히 사용해서 구획을 나누거나, 배경을 만드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대체 누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걸까?

다른 사람들을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본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고는 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갖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배우들의 인사까지 받고 난 뒤 극장을 빠져 나왔다

창 밖에는 3월답지 않은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날 공연은 대만족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리도 좋지 않은 편이었고, 연극 자체와 관련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이 날도 공연 중에 개념 없는 전화벨의 소음 테러가 있었다 (어딜 가나 꼭 하나는 있는 건가? ㄱ-^)

그럼에도 이 날 공연은 무조건 흡족한 공연이었다

 

본 공연에 대한 본인의 평가를 만족에서 대만족으로 끌어 올려 준 건 바로

원년 멤버들이 한 데 모여, 보다 넓고 좋아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단돈 만원에 주어졌다는 사실!

이미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만나게 해 준 바 있는 BC 라운지 만원의 행복 이벤트 덕을 또 봤다

 

유명한 연극이고, 출연진도 빵빵한데, 좀 느즈막히 소식을 접한 터라 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평일 공연인 덕인지 다행히 자리가 남아 있었고, 결제 창까지 거침없이 광클!

분명 내 돈을 내고 본 거긴 한데, 왠지 거저 본 기분이다

 

이상, 좋은 공연 (초)저렴하게 잘 봐서 흐뭇했다는 후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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