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어 괜히 더 안 들르게 되던 이나경 송탄 부대찌개. 인계동은 잘 모르고, 기왕 이 동네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찾아보자 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효원공원에서 나혜석거리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바로 보인다. 나혜석거리 메인 거리에서 살짝 비켜난 위치.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도착했는데, 4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라 이곳저곳 서성이다 20분 전쯤에 돌아왔다. 어설프게 일찍 온 건가 싶었는데, 괜히 딱 맞춰 왔으면 최고로 오래 기다릴 뻔했다. 5시 맞춰 오는 게 최악인 것 같고, 그럴 바엔 차라리 6시 이후에 오는 게 나을 듯. 번호표를 나눠주면 마음 편히 기다릴 텐데, 브레이크 타임엔 따로 줄을 세우거나 번호표를 나눠주지 않아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려야 했다. 테라스 밖으로는 줄 서는 게 가능한데, 천막 아래 공간에서는 줄을 설 수가 없는 구조라, 순서가 애매한 게 단점. 다행히 한 번에 다 들어가서 문제는 없었고, 한 번 내부가 채워진 이후에는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 같았다.
벽면을 둘러보니 전엔 메뉴가 더 있었던 것 같았는데, 현재는 "스페셜부대찌개" 하나만으로 운영 중인 듯했다.
2인인 걸 확인하고 순식간에 상에 오른 부대찌개 냄비. 여기저기 일사불란하게 놓이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스페셜부대찌개 (2인분) 20,000원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그림인데, 실제로 보니 새삼 우와스러웠다. 가에 빙 둘러진 게 훈제소세지, 가운데 보이는 게 고기고, 치즈 아래 한가운데엔 소세지랑 고기함량이 제법 높을 것 같은 햄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파가 잔뜩 들었다.
커다란 사기그릇에 흰쌀밥. 윤기 좔좔 까진 아니어도, 국밥이나 부대찌개 집에서 주는 밥은 퍼석한 경우가 많은데, 제법 준수하다. 플라스틱 대접이 아니라 묵직한 사기그릇이라는 부분도 독특했다. 밑반찬은 김치 하나. 살짝 시큼한 데다 시원한 편은 아니라 애매한가 싶었는데, 라면에 올려 먹으니 찰떡이더라.
콩나물은 반찬이 아니라 먹기 직전에 찌개 위로 올라가더라. 직원 분께서 마늘 툭 넣어 풀어 주시면 완성.
야채를 안 좋아하니, 부대찌개를 먹을 때면 자연히 햄이나 소시지, 고기 위주로 밥을 먹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마칠 때까지 햄과 소시지가 넉넉했다. 하지만 소시지 류만 많이 든 건 아니다. 그 아래로 야채도 잔뜩 쌓여 있어서, 처음 먹을 때 국물 지분은 다소 낮은 편이다. 짜글이 같은 느낌? 그래서 처음부터 육수를 넣고 싶어 하는 손님도 있는 모양인데, 그러지 말라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맛이 옅어지기 때문이려나? 어차피 난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슥슥 잘 비벼 먹었다.
소주 4,000원
술을 팔아 이윤을 남길 생각은 없는지, 술은 테이블당 한 병만 주문 가능. 어차피 장사가 잘 되기도 하거니와, 여러 부분 고민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덕분에 음주보다는 식사를 하는 분위기였고, 테이블 회전도 빠른 편이었고, 또한 덕분에 반주를 사랑하는 돼지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찌개와 밥, 또 찌개를 맛본 결과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소주를 곁들이기로 했다. 이번에도 참이슬 후레시로다가.
사리(면) 1,000원
아쉬워서 면사리를 시켰다. 부대찌개를 먹으면 왠지 라면까지 먹어야 제대로 먹는 기분이라 ㅎㅎ 진라면 매운맛을 가져다주셨는데, 스프는 넣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남은 스프는 모아 두시려나 했는데, 나가는 길에 보니 쿨하게 버리시더라. 나라도 챙겨 올걸 그랬나? 육수를 추가해선지 라면은 그리 진한 맛이 나지 않아 아쉬웠는데,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김치를 올려 먹으니 딱이었다. 덕분에 깔끔하게(?) 마무리!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땐 브레이크 타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음식의 화려한 비주얼과 여기저기 소개가 많이 됐다기에 괜히 색안경을 끼고 봤나 보다. 소위 말하는 SNS 맛집이려니 싶어서, 괜찮다 여기저기서 얘길 해도 시큰둥했다. 처음 기다릴 땐 영 엉성한 것 같았는데,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체계적이었고, 음식 자체도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분명히 사 먹을 가치가 충분한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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