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블로그질을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블로그를 딱히 닫은 적은 없지만 일을 시작하며 거의 끊다시피 했는데, 올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블로깅 욕구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진짜 딱 10년 전 블로그를 시작했고, 블로그를 굴리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오락가락 하는 걸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처음 시작할 즈음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였고, 한 때는 "블로거"가 각종 사회 문제로 화두에 올랐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모로 문턱이 낮아져 다양한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통로 쯤 되지 않았나 싶다. 초반과 비교했을 때 현격히 광고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그걸 알아보는 우리들의 능력치도 월등히 향상된 덕에 그게 꼭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단계까지 와 있는 것 같다.
한창 붐업이 됐을 때와 비교해서 블로그의 인기는 확실히 시들해졌다. 내가 시작할 때만 해도 블로그 외의 SNS는 트위터처럼 제한이 많은 가벼운 매체들이 대부분이라 차별점이 명확했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도 블로그 서비스에 꽤나 공을 들이는 것 같지만, 초반에는 자유도가 너무 낮아서 좀 꼼지락 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소위 설치형 블로그라는 데에 기웃거렸다. 컴알못에 블알못인데, 그냥 재미로 대충 굴리지만 포털에 만족을 못했던 나는 이글루스를 거쳐 티스토리에 서식지를 마련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공 외의 것들은 각 잡고 공부하질 않는 성향이라 스킨도, 사진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누구에게 말하기도 민망스런 허접한 방법으로 적당히(?) 굴려오고 있다. ㅎㅎ
초반에 찝쩍댔던 포털 블로그는 진짜 일기 수준의 개인용이라 그를 제외한다면 내가 쓴 블로그 서비스 업체는 이글루스와 티스토리. 이글루스는 인터넷이지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느낌이었다. 저녁이면 동네 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였다면, 티스토리는 상당히 세련되고 전문적인 인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티스토리는 서비스형 블로그이긴 하지만 태터툴즈를 기반으로 해서 기술적으로 다뤄야 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이미 블로그를 운영중인 블로거에게서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오늘부터 블로그 시작!" 해서 바로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 폐쇄성이 매력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운영에 있어서 자유도가 높은 것 역시, 내 능력과는 별개로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하면서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개인 성향상 그다지 활동적인 편은 아니어서 스스로 뭔가 새로운 걸 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블로그를 하다보니 "리뷰"라는 활동에 흥미가 커져만 갔고, 한창 본격적인 후기를 작성하고 싶어하던 차에 초기 바이럴 마케팅의 풋풋함이 더해져, 나름 다양한 리뷰 기회를 얻기도 했다. 직접 체험해보지도 않고 주는 사진 받아서 글을 쓰라든가, 칭찬 일색을 강요하는 등으로 변질된 이후로는 꺼려지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엔 그 기회들이 참 재밌었다. 하루 방문자만 수천에 이르렀고, 티스토리 공식 블로그에 손발 오그라드는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다 그 시절이라 가능했던 일 같기도 하다.
얼결에 당첨된 도메인 서비스 이용권 덕에 돈을 주고 주소를 쓰고 있다. 원래 내 블로그 주소는 noondd.tistory.com인데, 이용권을 받은 2011년부터 눈뜨닷컴(noondd.com)을 병용하고 있는데, 이게 5년에 약 10만원 ;;; 먹을 거 외엔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 나라서 처음 연장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구글 애드센스가 벌어주는 걸 고스란히 블로그 도메인에 넣는 걸로 생각하기로 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구글이가 그만큼 못 벌어주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ㅋ
처음 블로그라는 공간에 무언갈 올려 보자고 했던 이유는 눈을 뜨잔 거였다.
성격이나 상황상 스스로 너무 갇혀 있단 생각이 들었고, 억지로라도 넓혀야 하지 않겠나 하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이른 결론은 꼭 그래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 자연스러운 게 좋다. 내가 어색하면 보는 사람 - 가령 몇 년 뒤의 나 자신 - 도 어색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저 진심으로 하고 싶고, 즐거운 것들부터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시야라든가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마련이고, 스스로 그러한 자연스러움에서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블로그엔 먹는 얘기들이 넘쳐날 예정이고,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다시 갈 만하거나 소개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올리기로 했다.
한창 열이 올랐을 땐 경험한 오만가지를 싹 다 올리려 했고, 그러다보니 올리지 못한 것들이 쌓일수록 부담으로 다가왔고, 거듭되다 보니 더욱 뜸해져 버리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쉬는 동안 데이터는 짱짱하게 쌓였고, 나날이 업데이트 되고 있으니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만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진짜 오랜만에 길게 떠든 것 같다.
이상 케케묵은 옛날 얘기들이 올라올 수도 있다는 변명 끝!
역시 내 소확행은 블로그질인 듯 ('~ ` ) 들이는 시간이나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소(小)는 아니려나 ㅎㅎ 역시 "뻘짓"일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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