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에서 버스카드를 받지 않는 오백원짜리 마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청계산 입구
산은 안 뵈고.. 굴다리 비스무리 한 것만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산 입구에는 야채를 파는 할머니들이 많다
땔랑 몸만 와도 모든 장비를 구비할 수 있을 것 같다
굴다리를 벗어 나고도 여전히 도무지 등산을 온 기분이 나지 않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지도에 빨갛게 표시한 곳! 매봉!
그러지 말란다
그럼 눈을 정화시키면서 올라가보자~ 고~고~고~!!
우리가 가는 코스는 쉬운 코스인 모양이다. 길이 굉장히 넓고 딱딱하다. 흙을 밟는 느낌이 살짝 아쉽다
전에도 얘기 했지만, 풀 냄새랑 풀 빛깔에는 뭔가 묘한 힘이 있다
확 뚫리는 것도 같고, 먹먹해 지는 것도 같고.. 묘한 기분
서울이 아닌 것 같았는데.. 여기는 서울! 거기서도 서초구!!
저.. 이상한 지붕 쳐 놓은 기둥은.. 뭘까??
벤치도 있다. 그늘이 좀 아쉬운 녀석. 좀만 쉬어도 새카매질 듯 ^^;
역시 꽃을 봐야 '봄이구나' 싶어지는 것 같다
택일을 잘 한건지, 수년만에 산에 가니까 하늘이 돕기로 하셨는지.. 햇살마저 끝내준다
바람이 불지 않아 좀 고롭긴 했지만, 경관을 만끽하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이러고 있으니, 정말 소풍 온 것 같은 기분~
역시나 산인지라, 각종 벌레분들 출몰이 끊이질 않았다
헛?! 여긴 쓰레기통이 없다 ;;; 봉다리 꼭 챙겨오기!를 권해드리는 바이다
소망탑 쌓기란다. 어디서부터 사람들이 쌓은걸까?
옛다! 나도 소심하게 하나 올려 봤다. 가운데 자그마한 녀석이 내가 올린 녀석
가 보진 않았지만, 겉에서 보기엔 화장실 운치가 그만이다
다시 움직여 보자
아저씨가 꼬마를 데리고 오신 모양이다. 좀 버겁지 않았을까?
꼬마가 엄청 예쁘게 생겼었는데.. 소심한 본인은 사진을 찍겠다 선뜻 말씀드릴 수 없어
앙증맞은 뒷태를 담는 데에 만족하기로 했다
좀 올라온 모양이다. 옆을 보니 퍽 경사가 져 있다
터헉!!! 저.. 저건.. 뭐 다냐..-_-;;;;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막히게 했던 가파른 계단은 생각보다 짧았고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이렇게 올라오고 보니, 이제 좀 산 같다. 봉우리들도 보이고
산하고~ 하늘하고~ 둘다 푸르르지만, 오늘은 산이 더 푸른 듯
계단 계단 번호랑 글귀가 쓰여있다. 아마도 후원금 같은 걸 낸 사람들이 써달라는 걸 써 놓은 듯하다
계단이라 힘든 것보다, 계단엔 그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힘이 든다
오~ 헬기다~!! 꽤 오래 이 곳을 도시던데.. 난 못 봤지만 손을 흔들어 주셨다고.. 뭘 하려던 거였을까?
올라가다보니 뜬금 없이 나온 평지. 운동하는 덴가 부다
매봉이까지 600m (거의 다 봤으니 초큼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 보세요)
계단 재질이 바꼈어! 이제 정말 끝이 뵈는겨?
돌문바위란다. 저길 어쩌면서 세바퀴를 돌면 정기를 받아간다나 뭐라나.. 난 그냥 스킵!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야지! 100m랴!
이후에도 몬된 계단 녀석이 등장했더랬다
이게 마지막 계단! 매봉까지는 1483개의 계단이 있다. 가실 분은 참고 하시길
좀 더 맑은 날 와야 할라나?;;;
내려오는 길엔, 힘도 들고, 배러리도 부족하고 해서 사진을 안 찍으려고 했는데
멋진 걸 발견해서 사진기를 꺼내 버렸다
항아리를 묻어 뒀다! 우와~ (뭐가 멋지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멋졌음)
두번째는 이 스님과 멍멍이! 아까 청계산의 정기를 받으라는 돌이 있던데서 뵌 스님
멍멍이 이름이 해탈이란다. 어찌나 쫄래쫄래 잘 따라다니던지..
게다가 까만 휴대전화를 꺼내 풍경사진을 찍는 스님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올라갈 때랑은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이쪽 길이 훨씬 산 답다
그치만 올라갈 때 이쪽으로 가면... =ㅅ=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 길이 맞나?' 무한 의심하며 내려왔는데, 여긴 '숲속여행 모이는 장소'란다
게다가 더 의심스러운, 이 시골틱한 풍경의 길
집에 갈 수 있는겨?!
길을 따라 계속 오다보니,
아까 입구에서 봤던 거랑은 비교되 안 되게 굴다리 답게 생긴 굴다리가 나왔고
거길 나오니 도로와 마주하게 되었다
여기서 길을 건너니 바로 버스정류장이었고, 이번엔 정상적인 버스를 타고 양재역으로 향했다
근디.. 쩌~그 매봉이 우리가 다녀온 그 매봉인겨?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산행이었다
바람이 안 부는 날씨에 쪼매 고로왔지만 여러모로 정화가 된 날이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젠 전혀 이해 못할 건 아닌 듯 싶다
추리고 추렸지만 그래도 사진이 너무 많아서 포토로그를 이용할까도 해봤는데
포토로그는 이상하게 마음이 안 가네요 ^^:;;
미친듯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 구경 한번 했다고, 역시나 미친듯이 오바해 버린 듯
여기까지 봐 주신 분께 살짝 죄송하구요, 분명 복 받으실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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