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스테이크로 유명한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이 너른 홀에 홀로 앉아 스테이크 코스를 먹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아는 식당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고, 최근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모처럼 칼질을 해보기로 했다. 평소 양식을 잘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딱 "스테이크집"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까지 오래전에 갔었는 줄은 몰랐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2016년 9월. 무려 6년 반 전이었다. 내적 친밀감을 가지기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기분 ㅎㅎ 당시 인당 5만 원이라 굉장히 비싸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장 저렴한 5코스짜리 평일런치가 인당 11만 원이니 그 사이 두 배가 넘게 올랐다.
2016년에는 매일 11:30 ~ 16:00 사이에 런치코스 주문이 가능했고, 베이컨이 토핑 된 찹샐러드와 등심스테이크 500g, 그리고 크림스피니치와 매쉬드포테이토로 구성되는 식사를 제공했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맛이 어땠는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비싸서 그렇지 맛은 있다"는 이미지로 남아 있어 '언젠가 또 가야지' 하는 마음은 줄곧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가 큰맘 먹고 방문한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여전히 청담동 언덕진 골목 안쪽에 우뚝 솟아 있었다.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는 국내에 여기뿐인 걸로 아는데, 간판에 굳이 "청담"을 박아놓았다. 더 낼 생각이 있으려나?
문 열고, 레드카펫이 연상되는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 유리문으로 된 입구 도착.
입구 오른편으로 바가 있었고, 그 뒤편으로 홀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배색과 재질, 모양이 왠지 전형적인 미국 패밀리레스토랑 느낌이다 싶다. 그냥 그런 느낌적인 느낌 ㅋ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우리가 식사한 곳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벽 쪽 사각 테이블 자리였다. 전엔 중간에 있는 테이블들처럼 마름모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제 벽면은 벽을 따라 나란히 똑바로 배치해 뒀더라.
자리엔 음식 메뉴판과 음료 메뉴판이 놓여있었다. 음료 메뉴판에는 위스키와 맥주, 탄산음료 등만 적혀 있었고, 와인리스트는 따로 요청해야 주는 모양이다. 청담 런치 코스는 평일에만 주문 가능하며, 5코스는 11만 원이고, 스프가 포함되는 6코스는 7천 원이 추가된다. 스프가 꼭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5코스를 먹으면 될 듯. 코스에서는 샐러드와 메인에서 두 가지 중 하나씩을 각 골라야 하는데, 둘이 왔으니 둘 다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DRAFT BEER 생맥주 : VITUS weihenstephan (WHEAT) 비투스 바이엔슈테판 16,000원
비투스는 바이엔슈테판의 바이젠 복(Weizen Bock)으로 원산지는 독일이며, 도수는 일반적인 맥주에 비해 높은 편인 7.7도. 꿀 뉘앙스가 느껴졌고, 밀맥주 치고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편이었다.
CHUNGDAM LUNCH COURSE 청담 런치 코스 5COURSE 110,000원 {Per Person} SERVED BETWEEN 11:00 ~ 3:00PM FROM MONDAY AND FRIDAY
예전과 달리 접시가 아닌 테이블보 위에 놓여 있는 테이블 냅킨. 뭐가 어색한가 했더니, 이거였구나. 조명도 전보다 많이 어두워져서 사진 화밸 맞추기가 영 힘들었다. 사진이 실물보다 못해서 아쉽다.
BREAD : DAILY GUILLAUME'S BREAD 프랑스식 전통 베이커리 메종 기욤에서 매일 프랑스 쉐프가 직접 유기농 재료로 만든 신선한 빵
바게트와 올리브 치아바타. 은은하게 고소해서 집어먹기 좋은 겉 단단 속 쫄깃 따끈따끈 식전 빵.
애피타이저와 샐러드를 먹는 동안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버린 빵 바구니를 목격하신 직원 분이 "더 준비해 드릴까요?"를 시전 하셨고, 냉큼 좋다 했더니 한 소쿠리를 새로 가져다주셨다. 빵 양이 줄어 못내 서운한 차였는데, 금세 흐뭇해졌다. (´~`) 버터도 처음처럼 새로 가져다주셨는데, 손으로 뜯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빵과 달리, 버터는 차갑고 단단했다. 버터나이프로 떠지질 않아서 빵에 발라 먹지 못하고, 조각조각 잘라서 얹어 먹어야 했다. 너무 일찍 와서 버터가 덜 녹았나? 그래도 이건 아니지.
APPETIZER : DAILY CHEF RECOMMEND 매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셰프 추천 애피타이저 - 연어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싶었던 애피타이저. 스테이크 코스에 연어말이라니?! 꼭 해산물 쪽을 내고 싶었던 거라면 차라리 입맛을 상큼하게 돋울 수 있는 광어 세비체 같은 게 낫지 않았을까? 대체 왜 얘가 여기 나왔는지 의문만 가득 남긴 접시였다. 게다가 코스라면 보통 접시가 나올 때마다 어떤 메뉴인지 설명하며 내어주는 게 보통이던데... 물론 누가 봐도 연어긴 하지만 메뉴 이름 언급도 없이 놓고 가는 건 조금 당황스러웠다.
SALAD : ICEBERG WEDGE SALAD 블루치즈 크럼블, 드레싱을 견들인 양상추 샐러드
블루치즈 크럼블이 들었다더니 몽글몽글 보이는 흰 덩어리가 블루치즈인 모양이다. 덕분에 쿰쿰한 양상추 샐러드. 이것도 그렇고, 시저샐러드도 그렇고, 샐러드만 먹기엔 단조로운 편이라 베이컨을 추가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SALAD : CAESAR SALAD 로메인, 크루통, 파마산 치즈에 시저드레싱을 버무린 샐러드
시저 샐러드는 항상 중박 이상이지 ;) 헤헷
스테이크 등장을 앞두고 커틀러리 교체. 식당 이름이 각인된 터프한 나이프가 상에 올랐다.
MAIN : LUNCH FILET MIGNON (180g) U.S.D.A. 프라임 등급의 안심을 울프강만의 노하우로 WET-AGING 숙성하여 조리한 시그니처 안심 스테이크 + PRIME NY SIRLOIN STEAK (350g) U.S.D.A. 프라임 등급의 등심을 울프강만의 노하우로 28일간 드라이 에이징하여 조리한 등심 스테이크
왼쪽이 등심, 오른쪽에 있는 두 덩어리가 안심. 미국식 스테이크답게 두툼한 고기에 겉면을 바삭하게 익히고 버터를 곁들여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상에 오른 스테이크 접시. 같이 먹는 거면 플레이트 하나에 같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더니, 두 고기의 굽기를 똑같이 맞춰야 한다고 했다. 왜지? 나만 이상한가? (?.?)a
안심이랑 등심 조각을 차례로 놓아주시곤 버터기름을 끼얹어줄지 물어보셨고, 그렇게 해달라 하니 스푼으로 똑똑 고기 위에 곁들여 주셨다.
고기에 이어 아스파라거스랑 으깬 감자, 시금치 퓌레를 각 접시에 싹싹 긁어 나눠 담고는 빈 그릇을 챙겨 가셨다.
SIDE : MASHED POTATOES & CREAMED SPINACH SAMPLER 울프강만의 조리법으로 만든 부드러운 매쉬 포테이토와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크리미한 시금치 퓨레 + STEAMED ASPARAGUS (Per 1Pcs) 스테이크와 조화가 뛰어나며 스팀 조리한 아스파라거스
스테이크와 항상 잘 어울리는 매쉬드 포테이토. 언젠가 크림 스피니치도 굉장히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었는데, 내 기억 속의 맛있었던 시금치는 붓처스컷 꺼였다. 왜 크림 스피니치에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걸 자랑하는겨? 크림이 안 든 크림 스피니치는 아쉽다구. (T^T) 오독오독 통통한 아스파라거스는 괜찮았지만, 이것도 버터에 좀 굴렸으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 :q
고기 굽기는 미디엄으로 맞췄는데, 역시 안심은 미디엄 레어로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원래 스테이크를 안심과 등심을 함께 먹으면 보통은 안심이 더 맛있는데, 이번엔 등심이 나았다.
보기엔 그렇게까지 많이 익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안심은 이것보다 덜 익혀야 맛있게 먹을 수 있나 보다. 등심보다 덩어리가 더 작아서 더 많이 익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본디 고기는 소금, 후추가 근본이라 스테이크에 소스를 얹어 먹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고동색 소스와 함께 먹으니 썩 잘 어울렸다. 직원 분께 무슨 소스인지 여쭤봤는데, 잘 모르시는지 그냥 스테이크랑 같이 먹는 거라고만 하셨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스테이크 소스도 먹어봤는데, 그건 너무 시큼해서 별로였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후추를 얹어서 먹으면 굿! 크림 스피니치랑 매쉬드포테이토까지 같이 곁들여서 빵이랑 먹어도 굿굿!! bb
DESSERT : DAILY DESSERT 매일 셰프들이 울프강만의 조리법으로 만든 수제 디저트 - 오렌지와 티라미수
코스의 마지막, 디저트 등장. 한 접시에 같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1인 1 접시였다. 오늘의 디저트는 오렌지와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레이디핑거를 시트로 사용한 듯했다. 마무리는 오렌지 한 조각으로 상큼하게!
내가 예약하면서 요청사항에 문구도 넣은 건데 이걸 내 앞에 줘서 당황했지만, 이렇게 급 초를 불게 될 줄은 몰라서 재밌었다. 수줍은 축하도 받고 ㅋㅋ 나야 재밌고 끝났지만, 배달사고(?)를 꼭 막고 싶다면 요청사항에 "레터링 한 접시를 누구 앞에 놓아달라"고도 쓰는 게 안전할 것 같다.
원래 청담 런치 코스는 인당 11만 원이지만, 네이버 예약을 하면 10프로 할인이 들어가서 인당 9만 9천 원. 예약할 때 예약금 2만 원을 결재했는데, 식당에서는 식사 금액 전액을 결재하고, 예약금은 따로 환불처리가 되는 시스템이다.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네이버예약하기 ☞ https://m.booking.naver.com/booking/6/bizes/66467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의 힘이 많이 빠진 건지,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입맛이 업그레이드가 된 건지, 그간 식당들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건지, 아니면 전부 다인진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식사였다. 유명한 식당의 한국지점이니 비싼 건 덮어둔다 쳐도, 서비스나 맛이 그에 걸맞지 못한 느낌이라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음엔 붓처스컷 검증을 가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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