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카페거리에서 가볍게 한잔 하자고 발길을 옮기다 찾게 된 미정 undecided. 어둑어둑한 중에 멀찌감치부터 지도 앱에서 흔히 보던 "여기" 표시가 눈에 들어와서 일단 뭔지나 보자 싶었는데, 제법 그럴싸해 보여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미정 신동점이면 체인점인건가? 언젠가 신동 카페거리 안에 있는 식당에 갔을 때, 이 지역에서는 알코올류를 판매할 수 없다고 했었는데, 여기부턴 아닌 모양이다.
제법 솜씨가 기대되는 이탈리안 비스트로 느낌. 평소 음식 취향도 그렇고, 이런 분위기라면 더더욱 파스타 같은 걸 시켰어야 할 것 같은데, 비도 오고, 주문한 주종도 전통주라... 양식은 다음에 먹어보는 걸로 ;)
영업 종료가 가까운 시각이었던 덕에 손님은 우리 빼고 한 테이블 정도 있었고, 등 뒤 벽에는 딩고 뮤직 채널에 힙합 뮤지션들이 무한히 등장하고 있었다. 그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묵직한 색감의 테이블과 벽면, 꽃과 식기 꽂이는 마음에 든다.
메뉴판을 보니 생각보다 재밌는 식당이었다. 그냥 이름과 간판이 재밌는 가게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컨셉이 독특했다. 분위기와 달리 정통 양식이 아닌, "퓨전"이었다. 별안간 떡볶이에 카레, 김치찌개에 돈까스라니 ;;; 그렇지만 일단 가게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으니 먹기로 했고, 전통주를 콕 찍어 메뉴판 가장 상단에 명시하고 있어 시켜 보기로 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메뉴가 2주마다 바뀐다는 사실. 8월 9일부터는 메뉴가 바뀐다 했으니, 지금은 다른 걸 팔고 있겠구나. 원래 1인 1 메뉴지만 손님도 많지 않고, 1시간 내에 나가야 했던 탓인지 하나만 시켜도 된다고 하셔서 그리 했다. 샐러드도 있다니 목살 카츠를 먹으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그거랑 떡볶이랑 안 된다고 ㅡ.ㅜ 그래서 날씨 따라, 술 따라 국물이고 한식인 완자 김치찌개를 시켜봤다.
가게 앞에서 이미 9시 5분이었기에 나름 빠른 선택을 했지만 10시 전에 나가드리는 건 퍽 빠듯했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주세요.
김포예주 750ml 13% bottle 22,000원
우리 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김포 예주 예. 김포 예주의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한다. 예주라고 해서 막연히 차례술 종류겠거니 하고 시켰는데, 매우 시원하게 나온 김포 예주 예의 첫맛은 깔끔하고 시원한 화이트 와인 느낌이었다. 낮에 초밥을 먹었는데, 거기에도 썩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전통주가 이렇게 세련된 맛이 날 수 있나 감탄스러웠는데, 검색해보니 와인에 대항하겠다 하기에 무릎을 탁 쳤다. 양조장에서도 상품 개발을 제대로 했구나 싶고, 나 스스로도 그간 전통주 갤러리를 헛 다니진 않았구나 싶었다. 신기했던 건, 양조장에서도 병당 만 5천 원에 판매한다는데, 식당에서 이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 건가?
완자 김치찌개 18,000원
사골육수 고기완자 앞다리살 참깨
가격이 싸진 않다만, 푸짐하다. 완자도 한가득 들었고, 일반적으로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덩어리 고기도 적당히 들었다. 국물 맛은 많이 단 편이라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돼지군은 맛있다 했고, 특히 완자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커피가 맛있는 곳은 많지만 한잔 할 수 없는 게 돼지군에게 있어 신동 카페거리의 가장 큰 단점이었는데, 이젠 극복~ 덕분에 앞으로 조금 더 쉽게 이 동네를 찾게 될 것 같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