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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포스팅에 나오는 식사를 한 지도 벌써 햇수로 2년이 지났다.
뭐..대략 1년 반 묵힌 포스팅인 셈..-_-;; 아마 글을 써 놓고 다른거랑 같이 올려야지.. 하면서
비밀글을 걸어 두었다가 지금까지 안 올리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 듯 하다.
2012년 12월에 레스쁘아에 가서 식사를 한 뒤 프랜치 식당에 꽤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몇 곳 다녀 보면서, '프랑스에 가서 먹으면 또 어떠려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 올 해 초에 겸사겸사 영국과 프랑스에 가게 되었다. 가 보니 맛있는거 많더라. ㅎㅎ
대략 14년만에 다시 유럽에 들려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어찌되었든 다녀온 이야기는 이 포스팅을 시작으로 슬슬 풀어 볼까 한다.
안그래도 필자로 블로그에 세들어 살면서 너무 포스팅을 안하기도 했고,
짝꿍도 열심히 여행다녀온 이야기를 풀고 있으니 나도 숫가락 얹어야지 싶다. ㅋㅋ
그럼 아래부터는 1년 반 전에 다녀온 레스쁘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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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신이라서 어떤 식당이 좋을까 생각 하다가 고르게 된
레스쁘아 이부(L'espoir du hibou)
삼성동에 있을 때, 사무실하고 가까우니 한 번 들려 봐야지 했는데,
늘 예약이 가득 차 있어서 가 보지 못했다.
청담동으로 확장이전 했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일에 전화를 걸어 봤다.
웨이팅 걸어 두고, 오후 3시 이후에 예약 취소 된 손님이 있으면 자리를 만들어 줄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운 좋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자~ 그럼 시작 해 보자.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근처라고 해야 하나?
골목 여기저기 돌아 들어 가니 나오는 아담한 식당.
실외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겨울이라 사용하기는 힘들 듯 싶었다.
그래도 깨끗하게 관리 되어 있는 거 보면 혹시 여기서 먹는 사람도 있나? 싶더라.
확장 이전이라고 하더니, 여기도 생각보다 크지는 않더라.
들어가 보자.
빨간 메뉴판이 우리를 반기고
디너 메뉴는 6만5천원인가? 부터 대략 9만원 정도까지 다양 했다.
우리는 셋 모두 8만원짜리 코스에서 선택 하기로 했다.
아, VAT는 별도다.
참고로 8만원 코스는
스프, 샐러드가 공통이고
애피타이저 1개와 메인 1개, 그리고 디저트1개와 차/커피를 고르면 된다.
와인 추천을 부탁 드렸더니 소믈리에가 등장 하셨다.
와인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메뉴를 살펴 보니 반병짜리도 잘 구비 되어 있는 듯 싶었다.
나중에 검색 해 보니 여기 쉐프가 꽤 애주가라고..ㅎㅎ
가볍게 한 잔씩 마실 와인을 추천 부탁 드렸더니 몇 가지 골라 주셨고
Cave ded Vignerons de Mancey, Bourgogne 09'를 선택 했다.
하프 보틀은 어떻게 나오나.. 했는데, 이렇게 1/2사이즈도 있더라.
가볍고 편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었다. 개인적으로 좀 더 바디감이 있는 걸 좋아하는지라
다음에 가게 되면 다른 녀석을 추천 부탁드려야겠다.
식전 빵 등장.
꽤나 마음에 드는 바게트였다.
식전 빵과 함께 할 삼총사.
왼쪽부터 엔쵸비 타프나드, 푸아그라 빠떼, 트러플 소금을 곁들인 올리브 오일
엔쵸비 타프나드는 엔쵸비랑 올리브 등을 갈아 낸 건데, 짭짤하니 가장 마음에 들었다.
푸아그라 빠떼는 걍 그랬고, 올리브 오일은 마늘 향이 나는 오일인줄 알았다. ㅎㅎㅎ
트러플 향이 이런건가..? 꽤 재미있었다.
L'Espoir Onion Soup au Gratin
바게트와 그뤼에르, 에멘탈 치즈로 그라땅한 셰리와인과 브랜디 향의 양파 스프
이 집의 대표 음식으로 유명한 양파 스프.
짭짤하니 녹진녹진한 치즈가 맛있는 스프였다.
다른 데서 먹어 본 양파 스프는 특유의 양파 향이 좀 거슬린다 싶었는데,
여기는 그런 맛이 좀 덜하더라.
이 정도면 시작부터 꽤 성공이다. ㅎㅎ
Caesar & Brutus Salad
시저 드레싱의 로메인 샐러드와 버터 크루통, 토마토 콩피와 엔쵸비 케이퍼
꽤 신선한 로메인 상추 밑에 야채가 조금 숨어 있는 재미있는 샐러드였다.
사진 하단에 보이는 엔쵸비 케이퍼가 짭짤하니 맛있었다.
음.. 난 엔쵸비를 꽤 좋아하는구나.
Gravlax Roulade
홈메이드로 염장한 연어, 홀스래디쉬 젤리케이퍼와 코니숑을 곁들인 그라브락스 룰라드
에피타이저 중 하나인데, 꽤 손이 많이 간 연어구나.. 싶었다.
괜찮기는 한데, 보기보다 좀 심심하다 싶어 살짝 아쉬웠던 메뉴
Duck Breast Tartine a la shitake apricot
로스트한 오리 가슴살과 포트 와인으로 글레이즈한 건살구.
표고 버섯과 아몬드 쳐트니를 곁들인 타틴
바삭하고 촉촉한 오리고기도 좋았고,
표고 버섯도 마음에 들었던 요리. 오리를 이렇게도 먹는구나 싶더라.
근래에 먹어 본 오리 중엔 이게 제일 좋았다.
메인 나오기 전에 피클 부탁드리니까 이렇게 나오더라.
저 할라피뇨는 참 매웠다.. ㅎㅎ
Choice of Lamb with Babaganouche
네가지 향신료를 입혀 콩피한 양 어깨살 또는 로스트한 어깨갈비, 가지 바바가누쉬
아버지께서 드신 메인 메뉴.
양의 어깨살과 어깨 갈비 중에 어깨살로 골랐는데, 꽤 독특했다.
고기의 질감과 향도 독특해서 뭐라 설명해야 할지..ㅎㅎ
여하튼, 재미있는 맛의 요리였다.
Duo de Cabillaud - Mushroom Crusted Cod on Cod Brandade
머쉬룸으로 크러스트를 입힌 대구와 감자,대구를 시금치와 함께 으깬 브란다드
어머니의 메인 메뉴.
이거 꽤 맛있었다.
크러스트 부분이 버섯으로 되어 있다는데, 생각보다 버섯향은 나지 않았고
대구는 꽤나 촉촉했다. 브란다드는 부드럽고 맛이 진해서 좋았는데,
포스팅 하며 살펴보니 그냥 매쉬드 포테이토가 아니라 대구도 들어갔더라.
이 날 메인 중에 제일 괜찮았다.
Cassoulet Maison
여러가지 콩과 함께 천천히 브레이즈한 돼지 족과 콩피한 삼겹살, 저온으로 익힌 돼지 어깨살
내가 먹은 메인인데,
이 것도 꽤 맛있었다. 담겨 나온 그릇도 귀여웠다. ㅎㅎ
어깨살은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고, 족은 흐믈흐믈 한 식감이 좋았다.
콩피한 삼겹살은 보기는 제일 멋졌는데, 맛은 좀 느끼한 편이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콩이 많았는데, 다 먹기는 좀 물리더라.
메인 메뉴 셋 모두 양이 꽤 되는 편이라 식사 하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티와 커피 중 고르라고 했다.
레볼루션 티였는데, 나는 별로 선호 하는 게 아니라서 아메리카노를 주문 했고
어머니는 티 하나를, 아버지는 에스프레소를 주문 하셨다.
바바오럼
럼 향이 물씬물씬!!
술 좋아하면 정말 좋아할 만한 디저트였다.
쌉쌀하니 달달한 맛도 괜찮았고.
크렘브륄레
바삭한 설탕층도 좋았고, 무엇보다 크림 맛이 진했다.
디저트 중에는 이게 제일 괜찮았는데, 생각 해 보니 어머니께서 고르신 것이
가장 괜찮은 편이었다. ㅎㅎ
마스카포네 치즈 케이크
치즈맛이 강한게 마음에 들었고,
생각보다 베리 맛이 강해서 놀랬다.
커피랑 차로 마무리.
커피도 무난하게 괜찮은 편.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가득 차 있던 테이블이 대부분 비었다.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음식의 맛도, 양도 좋은 편이었고,
서비스의 질도 좋은 편이었다.
식사 진행 속도에 맞게 음식이 잘 나왔고,
물이나 와인 등을 채워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 여유가 있다면 이런 식당에서 자주 올 수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싶더라. ㅎㅎ
Bistro라는 말에 걸맞게 작고 아기자기한 식당이긴 했지만
가격은 그리 아기자기하지는 않은 곳.
그래도, 음식 맛이 가격만큼은 확실히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런치도 괜찮다고 하니까, 다음에는 런치때 와 보기로 하면서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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