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에 괜찮은 츠케멘 집이 있다기에 찾아봤다.
멘타카무쇼는 상수동에서 잘 나가는 츠케멘 집인데, 금년 2월 초 광교중앙역 근처에 매장을 냈다고. 영업시간은 11시 반부터 밤 9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은 오후 3시부터 5시 반, 라스트 오더는 점심은 2시 반, 저녁은 8시 반. 휴무는 월요일이지만 변동이 되거나 기타 휴업 관련해서는 인스타그램에 공지한다고 되어있으니 가기 전에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을 듯.
멘타카무쇼 광교점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entaka_musyogg
딱 ㄴ자 모양의 바(bar) 자리로만 되어있는 멘타카무쇼 광교점. 아브뉴프랑도 그렇고, 요즘은 건물이 네모나게 너무 커서 가게를 찾기 곤란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 월드마크푸르지오도 그런 편. 목적지 자체가 요란한 외양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찾기 쉽게 설명을 덧붙이자면 광교테크노밸리를 마주한 면에 위치하고 있다. 길가 1층이라 방향만 잘 잡으면 찾기 어렵진 않았는데, 반대편으로 가는 바람에 한 바퀴 돌 뻔했다. 주변에 사무실이 많으니 오히려 평일 점심이 가장 붐빌 수도 있겠다 싶은 입지. 평일 저녁에도 손님이 꾸준히 들더라.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 및 계산 먼저 하고, 착석하면서 주문서를 주방 쪽으로 드리는 시스템.
토핑 별로 각각 주문서가 출력되는 바람에 키오스크에서 뽑아 든 종이가 한가득 ㅎㅎ
우리는 창가를 등진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왼쪽부터 얼음물, 양념, 휴지, 나무젓가락, 설명서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얼음물 좋아요!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빼곡해서 기다리는 게 심심하지 않았다. 와리스프 마무리는 뭔가 의아했는데, 친절한 직원 분 덕분에 결국 A부터 Z까지 제대로 만끽하고 나왔다.
소스통은 먹다가 취향대로 조금씩 하나씩 첨가해서 먹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마무리하기 전에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먹는 걸 추천해 주셨다. 조금씩 첨가해 먹었을 땐 마늘가루는 직관적으로 수긍이 갔지만, 새우고추가루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었는데... 역시 전문가 말씀을 새겨 들어야 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소스와 면이 각각 나오다 보니, 두 가지 메뉴를 주문했을 뿐인데 가득 차 보이는 저녁상.
주류 - 클라우드 캔맥주 500ml 4,500원
요즘 흔치 않은 클라우드. 아무래도 츠케멘 특성상 맛이 짙다 보니 비교적 맛이 진한 편인 클라우드를 가져다 둔 게 아닌가 싶다. 5백에 4천5백 원이면 요즘 물가 기준 저렴한 편. 330ml도 판매하니까 낮술 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농후츠케멘(진한맛) - 농후츠케멘 9,500원
첫 방문엔 기본을 먹자는 주의라 주문한 농후츠케멘. 연한 맛이라는 츠케멘이 있긴 했는데, 원래 처음부터 팔던 건 이 형태라 했다. 누군가 너무 진하다고 해서 바뀐 걸까?
두툼하고 큼직한 모양새가 인상적인 차슈. 수비드를 한 건지 굉장히 부드러웠다. 차슈 추가는 3,500원. 면은 도톰하고 쫄깃한 식감. 라멘과 우동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데, 그래서 붓카케우동처럼 먹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면 추가도 있어서 기본은 그리 양이 많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서운할 수 없는 양이었다. 추가했으면 배가 심하게 빵빵해졌을 듯.
멘타카무쇼의 농후츠케멘 소스. 첫 입을 먹었을 때 멸치 베이스가 확 느껴졌고, 카레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달큼하면서 짭조름한데, 감칠맛 폭발.
설명서에 적혀있는 대로 그냥 집어서도 하나 먹어 보고, 1/3만 찍어서도 먹어보고, 2/3까지 찍어서도 먹어보고, 다 찍어서도 먹어봤다. 다 각기 매력적이지만 내 취향은 2/3에서 3/4 정도 찍고 토핑 한입씩 추가하는 거였다. 설명에 따르면 토핑은 소스에 넣는 것보다 한 입씩 베어 먹는 걸 추천한다고.
농후츠케멘(진한맛) - 농후쿠로(블랙)츠케멘 10,500원 / 토핑 - 파추가 1,000원 + 멘마 추가 2,500원
토핑 추가를 하지 않으면 면 위에는 계란과 차슈 하나, 소스에는 파 살짝이 올라간다.
추가한 중 파는 따로 그릇에 담아주고, 멘마는 면 위에 올려주시더라. 다양한 식감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토핑을 추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난 기본으로도 충분했다. 다만 파는 추가했다면 조금 남겨뒀다가 마지막에 소스에 육수를 추가해서 마실 때 첨가해서 먹는 것도 좋을 듯. 국은 역시 파국 ㅋㅋ
기본 진한 츠케멘 소스에 시커먼 무언가가 추가된 농후쿠로(블랙)츠케멘 소스. 야채들을 사용해서 만든 소스라 하셨는데, 마늘과 야채 풍미, 단맛이 올라와서 어딘지 짜장소스 같은 맛이 난다. 해서 두 가지를 함께 번갈아가며 먹으면 카레우동과 짜장면을 함께 먹는 기분ㅋ
면이 얼마남지 않았을 즈음 양념들의 비율을 잡아주신다며 직접 새우고추가루와 마늘가루를 팟팟 넣어주셨다. 돼지군은 쿠로소스에 따라쟁이 시전. 마늘 후레이크와 걸쭉한 소스는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 새우고추가루는 이렇게 터프하게 넣어야 하는 거였구나. 조금 넣었을 땐 굳이 새우여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식감도 맛도 납득이 가더라.
안 그래도 짭짤한데 양념들 추가로 간이 더 올라간 지금이 바로 와리스프(육수)를 적당량 넣어 따뜻한 국물로 마무리할 시간. 공감하기 쉽게 공산품으로 설명하자면 컵라면 기준 새우탕과 짜장범벅 맛. 개인적으로 쿠로소스보단 기본 소스가 국물로 먹기에 더 맛있었다. 국물에 면을 넣어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지만, 완탕면이나 타이피엔에 들어가는 얇은 당면을 넣어 호록 호록 같이 먹으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국물 잘 안 먹는 편인데도 꽤 오래 숟가락을 놓지 못했다.
큰 기대 없이 찾은 식당이었는데, 찜찜할 것 없이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웨이팅도 없고, 전문가 레시피까지 전수(?) 받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식사였다. 기왕이면 본점을 선호하지만, 이 정도면 오히려 여기서 먹어서 더 뿌듯한 식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수원에서 누가 츠케멘을 먹겠다고 한다면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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